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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1. 2022

몇 남지 않은 아빠의 흔적

아빠는 등이 배긴다며 종종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뼈 전이가 되면서 바로 누워 자는 것이 힘들다고 했었다. 아빠는 소파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었다. 잠도 푹 자고 밥도 잘 먹어야 했는데 아빠는 그러질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게 보였다. 매일 전화해서 오늘은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끼니마다 두 세 숟가락 겨우 넘기는 아빠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더 잘 먹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안타까웠지만 그때는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엄마네 가끔 오면 소파에서 잔다. 바닥에서는 못 자고 매트리스는 딱딱해서 별로여서 찾고 찾은 장소가 소파였다. 가죽이라 시원하고 몸뚱이 하나 누워서 뒹굴거리기 좋은 사이즈다. 아빠가 그나마 소파에서는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만 알 것 같은가.


아빠 물건을 엄마 혼자 정리하면 많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장례가 있었던 그 주에 같이 정리를 했었다. 울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엄마에게 꺼내놔 주면 내가 내놓겠다고 했다. 입던 옷만 즐겨 입었는지 입지 않은 새 옷들도 보였다. 남편이 입을만한 옷은 가져왔다. 가끔 남편이 입는 것 같은데 어떤 옷인지 잘 모르겠다. 남편에게 그 옷인지 물어봐야 안다.


이제 엄마네 남아있는 아빠 물건은 거의 없다. 엄마 걱정에 정리는 했지만 한 번씩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유퀴즈에 출연했던 유품 정리사 한 분은 유품 정리가 처음이었기에 서툴렀는데 지나고 보니 후회가 남았다고 했다. 유품은 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그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파와 한 몸인 쿠션이 좋다. 안거나 베고 누우면 편안하다. 물론 아빠 생각이 나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좋은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진 않으까.



두 번째 기일이다. 예전 그날처럼 비가 많이 오진 않지만 금방이라도 쏟아부을 것처럼 잔뜩 흐리다. 그 해 여름은 비가 무척이나 많이 왔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자식들 오가는 길이 불편할까 봐 아빠가 마음 써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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