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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05. 2022

포켓몬빵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지금도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포켓몬빵이 한참 유행이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하나보다. 크다가 두 어번 말했던 적이 있다.

"엄마, 내 친구 땡땡이는 포켓몬빵을 먹어봤대요."


아이에게 맛이 어땠는지 무슨 스티커가 들었는지 보다 그저 먹어봤는지가 중요한 듯했다. 아이들이 빵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게 '먹어봤다'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가 생겼다.


포켓빵이 집 앞 편의점에도 들어온다고 했다. 남편은 밤 10시라고 했다. 출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물어봤을 때는 뉘앙스 상 아침 10시였다. 다시 물어나보겠다고 집을 나섰다. 오전에는 냉장 필요한 빵이 들어오고 밤에는 상온 보관해도 되는 빵이 들어온다고 했다. 10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기다려보기로 했다.



편의접 앞에서 다른 사람이 서성거린다. 경쟁자일 수 있단 생각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러 오셨던 분이었다. 드릉드릉 차 소리가 들린다. 배달차가 왔는지 살펴본다. 다른 차였다.


다시 드릉드릉 차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도착했다. 트럭에서 하나둘씩 꺼내는 물품에 '포켓몬'이라고 쓰여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안 보인다. 빵 몇 개 담긴 트레이 보인다. 저거다, 저 안에 있겠구만. 만약에 들어왔다면 말이다. 부디 있어야 할 텐데.


트럭 아저씨가 물품을 다 내렸는지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편의점으로 바로 들어갔다. 직원 분이 목록을 보고 계셨다. 들어왔는지 보겠다며 목록을 손가락으로 짚어내려 간다. 손가락이 멈췄다.

"한 개 들어왔네요."


세상에, 이게 뭐라고 기뻤다. 한 개여도 좋았다. 멈췄던 비가 또 내린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가 와서 데리러 오라고 얘기했다. 내가 데리러 오라는 의미로 "비 와요" 했다. 남편이 알겠다는 뉘앙스로 "네"하며 "샀어요?"라고 덧붙여 묻는다. 별 기대 없이 그저 확인차 물어보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내가 뿌듯함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샀지." 했더니 남편이 놀라서 말했다. "샀다고???"



우산을 쓴 남편이 데리러 나왔다. 포켓몬빵을 받고 원래 이렇게 생겼냐고 물어보는데 어릴 때 먹었던 기억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밤 10시에도 가서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말이 그 시간에는 아저씨들이 일찍 와서 맥주 한 잔 하며 기다려서 못해도 한 시간 전에는 가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역시 쉽지 않단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걸 해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신이 났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어떤 반응일까 무척이나 궁금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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