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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07. 2022

부대찌개로 알게 된 입맛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는 당시에 부모님이 부대찌개 가게를 하셨었다. 학교 끝나고 오며 가며 얻어먹기도 하고 주문해서 우리 집에서 먹기도 했다. 물론 주문하면 배달은 친구 몫이었다. 부대찌개는 유달리 맛있었다. 지금은 가게를 하지 않으셔서 맛볼 수 없게 되었는데도 한 번씩 생각나 그리울 때가 있다.


이번 주에는 부대찌개를 두 번이나 먹었다. 맛있게 먹었지만 기억에 있는 그 맛 비할 수는 없었다. 문득 부대찌개를 먹으며 알게 된 입맛이 생각났다.



친구네서 부대찌개를 먹을 때였다. 거의 20년 다 된 이야기다. 햄 종류가 많아서 부대찌개가 좋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햄이 있었다. 부대찌개에 들어간 햄 중에 하필 그게 제일 싼 거였다.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다. 아니었다면 살면서 절대 몰랐을 거다.  입맛이 고급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얘기를 듣고서도 여전히 그 햄이 제일 맛있었다. 아무렴 어때, 내 입에 맛있으면 그만이.


지금 그 부대찌개를 먹어도 예전 그 맛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안 날 거다. 그때의 기억과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다시 먹고 싶다. 그 맛이 그립고 또 그립다.



나는 보통의 입맛이어서 감사하다. 까다로웠다면 더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니면서 어쩌면 고퀄의 음식들을 많이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음식에 맛있음을 느끼고 보통 음식으로 행복할 수 있어서 좋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 말씀이 행복은 조금씩 자주 느끼는 거라고 했다. 어쩌면 행복이란 게 별 거 아닌데 너무 멀리서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단 비교하며 살기 바쁘니까. 소소한 행복에 많이 웃고 살고 싶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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