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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24. 2022

출근 준비해야 하는데 고데기가 고장 났다

고데기 전원꺼져있다. 켜다 말았나 싶어서 다시 꾹 눌러본다. 잠깐 반응하다 이내 다시 꺼진다. 몇 번을 해봐도 같다.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다. 출근해야 하는데 고장이라니ㅠㅠ


머리가 곱슬이라 아침마다 드라이에 고데기에 한껏 손질하고 나간다. 습기가 있거나 바람 부는 날에는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다. 어쩌다 집에 뒹구는 무선 고데기를 하나 찾아서 회사에 가져다 놨다. 출근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화장실이 되었다. 날씨가 심한 날은 물에 빠진 생쥐 같기도 하다. 적어도 단정했음 좋겠다. 화장실로 출근을 하면 마음이 편하다.



미용실에선 반곱슬이라 했지만 '곱슬'이라 말하는 게 되려 마음 편하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내가 '반곱슬'이라고 하면 '네가?'로 되묻고 '곱슬'이라 하면 '아니지, 넌 반곱슬이지'라고 한다.


편한 게 좋다. 외모에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씩 남편에게 '누가 제일 예뻐?'라 묻는다. 남편에확인받고 싶은 아내 마음이랄까.

 

지나고 보니 20대는 뭘 해도 예쁜 나이였다. 그때 이거 저거 해볼걸 그랬다. 너무 운동복에 슬리퍼만 신고 다녔나 보다. 나한테 어울리는 옷이 어떤 건지 화장을 어떻게 해야 어울리는지 덕분에 지금도 잘 모른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남아있다.



몇 년을 사용했던 고데기가 고장 났다. 익숙해져서 편했는데 새로운 것을 찾아서 주문해야 한다. 같은 모델을 찾아봤는데 일단 쿠팡에는 없다. 찾다 보니 다른 모델이 하나 보였다. 전에 미용실에서 좋다고 들었던 브랜드인 것 같다. 어차피 사는 거 좋은 거 한 번 써 볼까 싶다가 쓰던 것보다 가격대가 있어서 망설여진다. 아쉬운 마음이 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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