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May 24. 2023

오늘 저녁은 미역국이다

고생했다 내 동생 그리고 어서 오렴 쑥쑥아

쑥쑥이가 태어날 날을 잡았다.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일찍 조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전 날에는 동생과 밥을 먹기로 했다. 멀리 가기 어려우니  근처에서 먹거나 배달해 먹자고 얘기했다.


수술 이틀 전에는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간다고 했다. 아침에 전화가 오길래 병원에 도착했나 했다. 상황을 차분히 얘기하면서 오늘 쑥쑥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단 말을 전해 들었다. 걱정이 되면서도 두근두근거렸다. 혼자 들떠서 이미 조카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카가 태어나면 원래 이런 거냐고.


둘째는 출산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대신 정해줄 수 없음에 생각나는 경험치란 경험치는 전부 말해주었다. 도움이 되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둘째도 제부와 이래저래 많이 찾아본 듯했다. 솔직히 안 그랬으면 싶었다. 볼수록 걱정만 많아질 것 같아서였다.


병원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은 지 6시간 30분이 지났다.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하지만 꾹 참고 있다. 제부에게 연락은 닿겠지만 제부는 동생 옆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엄마는 걱정이 됐는지 그새 제부한테 전화를 했나 보다. 덕분에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전해 들을 순 있었지만 걱정되고 궁금해도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기다려보자고 했다.



둘째랑 오랜만에(정확히는 사나흘만이었) 연락을 주고받다가 동생의 임신 소식을 들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말을 꺼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났다. 기특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쑥쑥이 초음파 영상을 처음 봤다. 신비로웠다. 내 아이와 조카는 또 다른가보다.

벌써 작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의 일이다.



미역을 불렸다. 소고기도 꺼냈다.

오늘 저녁은 미역국이다.

내 동생 둘째를 위해, 쑥쑥이를 위해.



더하는 글

얼마 지나지 않아 제부에게 연락이 왔다.

"출산했어요! 걱정 마세요."

출산했다는 말이 어찌나 고맙고 기쁘던지.

하루종일 시계만 봤더랬다.

엄마는 둘째의 출산 소식을 들으며 울었다.

기쁨과 안도의 눈물인 듯했다. 물론 나도 울컥했.

엄마는 걱정을 많이 했다. 정말 많이 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해서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일장이 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