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일은 반복 가능한 구조를 남긴다

by Poroom

잘 되는 일은 이상하게 계속 잘 된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일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 차이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 해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고, 아직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시간을 더 쓴다. 구조를 바꿔보기도 하고,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다른 조건을 붙여보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더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안 되는 이유도 보이지만, 될 수도 있는 이유도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면 두 경우의 차이는 생각보다 분명해진다. 잘 되는 일은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아도 작은 반응이 이어진다. 크게 잘 되는 건 아니어도,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가 계속 나온다. 내가 계속 밀지 않아도 흐름이 생긴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일은 계속 손을 대야 유지가 된다. 잠깐만 놓아도 멈출 것 같고, 계속 에너지를 써야 겨우 굴러간다. 처음에는 이 차이를 노력의 정도로 해석하게 된다. 내가 아직 덜 해서 그런가, 더 잘하면 달라질 수 있나, 방법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 그건 노력의 양보다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커진다.


나도 이번에 그랬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어보려고 꽤 많은 에너지를 썼다. 어디를 바꾸면 나아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고,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지점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정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계속해보면서 알게 됐다. 잘 되는 일은 처음부터 반응이 다르다는 걸. 결과가 크지 않아도,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이 생긴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일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 남는다.


이 차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안다. 잘 되는 일은 내가 전부를 끌고 간다는 느낌이 덜하다. 작게라도 되돌아오는 반응이 있고, 그 반응이 다음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점점 덜 힘으로 밀게 된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일은 계속 내가 먼저 밀어야 하고, 그 에너지가 잠깐만 빠져도 흐름이 꺼진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사람은 점점 소모된다.


결국 잘 되는 일과 잘 안 되는 일의 차이는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반복 가능성에 있다. 한 번 잘되는 건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일은 대체로 반복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설명 없이도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고, 한 번의 반응이 다음 흐름으로 연결되고, 계속 손대지 않아도 어느 정도 굴러간다. 그때부터 일은 개인의 의지보다 구조의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잘 되는 일은 계속 이어진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일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밀어야 한다. 매번 다른 설명이 필요하고, 매번 다른 설득이 필요하고, 매번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다시 넣어야 한다. 이 차이는 겉으로는 성실함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반복 가능한 구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이번 일을 지나면서 그걸 분명하게 느꼈다.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어디에서 잘될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계속 붙잡는 게 답이 아니라, 기준을 바꾸는 게 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안에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같은 자리를 반복하고 있는지 보는 기준이 더 중요해졌다.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방향에서 버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잘되는 일은 사람을 덜 소모시키면서도 다음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잘되지 않는 일은 사람의 힘으로 겨우 유지되다가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한다. 문제는 내가 충분히 애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구조가 없는 곳에서 계속 같은 힘을 쓰고 있었다는 데 있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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