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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Sep 04. 2022

커피값 아껴서 부자 되라고?

마흔셋에 첫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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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기호식품. 아니, 필수식품 아닐까?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기(마시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만 있던 블루보틀의 다음 목적지가 한국이었던 것도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서라고 한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이러한데.     


커피 마시지 말라고?     


여기저기서 ‘존 리’ ‘존 리’ 그런다. 그러니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또 제태크 열풍인가보다 했다. TV와 유튜브를 안 보니 확인할 길도 없다. 관심도 없었다. 제태크 공부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존 리 책을 발견했다. 가까운 동료 중에도 존 리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추천하는 분이 있다. ‘그래 대체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읽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이었다.     


아!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자산운용사 대표였으니 증권사와는 직접 연관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자꾸 샀다 팔았다 해야 금융계는 수익이 좋아질 텐데, 좋은 주식을 샀으면 팔지 말라고 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책을 써서 돈을 벌고자 한 것인지, 책을 내서 세상에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은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느껴진다. 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기준으로 볼 땐 돈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낸 책은 아니구나 싶었다. 책에서 은퇴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절절히 호소한다.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글에서 사명감이 느껴졌다.     


(기사를 보면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라고 한다. 몇 년 치 기사를 봐도 늘 비슷한 내용인 걸 보니, 사람들의 은퇴 준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존 리가 대단하다고 추천해 준 사람들도 존 리 방식을 따르지는 않고 있었다. 내가 제태크 서적들을 읽기 시작하니, “무진 씨는 신용 상태가 좋으니 빚을 많이 낼 수 있어요. 신용으로 주식 투자를 하세요.”라고 했다. 존 리 책과 정반대였다. 뭐지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감명을 받아도 그대로 하지는 않는구나.     


책을 읽고 “존 리 책….” 이러면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사람들은 “커피 사 먹지 말라는 아저씨” “짠돌이처럼 살라는 아저씨”라는 말이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커피를 사 먹지 말라고 한 소리가 임팩트가 크긴 했나 보다. 그래 그 몇천 원 커피도 사 먹지 말라니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나도 커피 사랑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분을 안다.     


존 리에 부정적인 사람은 당연하고, 존 리를 추천해준 사람들도 커피값 아껴 주식 사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커피 사 먹는 걸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그게 가능한 건 오히려 커피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커피에 취미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원두를 사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셔보니, 내 커피 취향을 잘 알게 됐다. 그래서 간혹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내 취향이 아닐 땐, 집에 있는 원두가 생각났다. 게다가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하루 한 잔만 마시기로 한 다음부턴 밖에서 사 먹는 맛없는 커피에 더욱 예민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원두를 집에서 직접 내리는 게 나에겐 가장 맛이 좋다. 가격이 싼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되도록 아침에 따뜻하게 데운 스탠리 보온병에 커피를 내린다. 그래도 아예 안 사 먹는 건 불가능하다. 가끔은 시간에 쫓겨 커피를 못 내리기도 하고, 커피가 정말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날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나에게 맞는 커피 맛을 찾고 나니,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면 저렴한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동네 샌드위치 가게 커피가 뛰어나기도 하고, 어느 편의점 커피가 맛있어서 놀라기도 한다. 대형 브랜드 아메리카노가 맛이 없는 일도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커피를 사랑하고 나니 커피를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커피를 정확하게 본 지 꽤 되었지만, 커피값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건 존 리 책을 읽고 나서다. 커피값 아낄 수 있는 감각은 가지고 있으니, 아끼자는 결심은 쉬웠다. 그래서 책을 읽고 바로 토스 앱을 켜고 첫 주식거래를 했다. 하루 4천 원씩 해외 주식 자동 매매다.     


그거 해서 부자 되겠냐고? 글쎄 그걸로 부자가 될는지는 모르겠다. 돈 모아서 빚 갚을 줄만 알았던 내가 뭐라도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 그 후에 월급을 받으면 매달 일정 금액을 주식을 사고 있다. 용돈 등에서 남는 자투리 돈이 있으면 해외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꾸준히 사기 시작했다. 커피값 아껴 시작한 투자가 이제 습관으로 바뀌었다.     


존 리 책에 소개된 경제독립을 위한 10단계에서 내가 하고 있지 않았던 4단계, 6단계, 7단계를 실행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 통장과 주식계좌를 만들러 갈 때 커피를 사 갔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보니 그 일이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해서다. 직원분께 긴 업무를 보러 왔다며 커피를 건넸다.     


돈의 무서움을 알기에 아이들 통장과 주식계좌를 만들어주러 갔다. 커피의 힘도 알기에 커피를 사서 갔다. 커피 맛을 알기에 커피값을 아낄 수 있다.          


[존 리, 경제독립을 위한 여정 10단계]

0단계    여정을 시작하면서

1단계    자신의 자산·부채 현황표를 만들어라

2단계    수입·지출 현황표를 만들어라

3단계    부채를 줄여라

4단계    매일 1만 원씩 여유자금을 만들어 투자해라

5단계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해라

6단계    연금저축펀드에는 꼭 가입해라

7단계    경제독립, 온 가족이 함께해라

8단계    구체적 목표를 세워라

9단계    당신이 전문가임을 깨달아라

10단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당장 시작해라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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