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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Apr 04. 2022

고객 문제 해결 vs 비즈니스 임팩트

Thinking Backwards! 아마존처럼 거꾸로 생각하기

이 글의 BGM으로는

BewhY Red Carpet 권합니다.

매번 고민해 선택 안의 선택 안의 선택
별을 동경하는가 별이 되는가
뭘 원하는지가 중요해
바다도 내 야망 못 담어

- Red Carpet 가사 中





프롤로그

요즘 외부에서 북클럽을 하고 있다.

멤버 중 한 블록체인 개발자분께서 책 <아마존처럼 회의하라>를 읽고 계셨는데, 유익하고 재밌어 보여서 나도 읽게 되었다. 지금 직장은 PO분들이 1Pager를 기반으로 일하기 때문에, 원페이저로 회의하는 모습이 담긴 이 책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다. 효율적인 회의에 대해 고민이 계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책의 “거꾸로 생각하기”라는 개념과 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다.





Thinking Backwards!


아마존은 다르다.
 
기존의 재원을 기반으로 쌓아 올리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매출을 10%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다. 이렇게 해야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전 글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끼는 속도와 Role-driven에 언급한 나의 경험이 Thinking Backwards의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 짧게 다시 소개하려 한다.


VOC를 통해 군 복무 중인 고객의 고충을 알게 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재원을 기반으로 쌓아 올리며 계획을 세우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현역 군인 인증 시, 더 큰 보상의 할인 쿠폰 제공"이라는 방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군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오너는 국방부로 향했다. 그리곤 임팩트 있고 멋지게 "국방부의 콘텐츠 사업자 입찰"로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아예 군 복지로 녹여버린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기.

Thinking Backwards의 핵심은 목표를 설정할 때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안된다는 전제 없이 일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전 글 PO 이직 한 달 회고. 근데 이제 네고왕을 곁들인 에서 나는 입사 전 ‘여행업계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고, 그중 몇 아이디어는 검증을 위해 현장 답사도 갔다 왔다는 내용을 담았었다.





나의 거꾸로 아이디어들 중 하나는

“템플스테이”였다.

템플스테이가 최소 2주 전엔 신청해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Booking System이 오래전에 만든 자체 웹사이트라 상품 탐색과 비교 과정이 어렵다. 애초에 플로우 자체가 명확한 장소와 날짜, 인원을 선택해야만 해당 날짜에 예약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제와 결제 확인 과정도 귀찮다. 

계좌이체만 가능한데 간편 결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따로 은행 앱을 켜서 입금을 해야 하고, ‘예약 접수 - 승인 완료 - 예약 입금 확인’ 각 절차 안내는 문자를 통해 따로 받아야 한다.


또 예약 완료 시점부터 체크인 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변경되는 공지사항이나 산행 전 유의사항 등 게스트 <-> 호스트와의 소통 창구도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방문 후기도 게스트가 손글씨로 남기면 호스트가 한꺼번에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이라 공간의 최신 후기를 남기기도, 찾아보기도 불편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다.

바로 '네이버 예약'이다.

‘네이버 예약’은 [네이버 예약 시스템] - [네이버 페이 결제] - [방문자 리뷰]가 하나로 엮여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곤 있었으나, 딱 4군데의 절에서만 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네이버 예약과 여기어때가 동시에 모든 전국의 절에 대한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고객들은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까 고민해 봤다. 


네이버 예약은
검색에 의해 노출되기 때문에 네이버에 ‘템플스테이’라고 검색하는 유저, 즉 정말 템플스테이 이용에 대한 확신이 있는 유저일 것이다. 또 네이버페이로 포인트를 모으는 유저일 경우 당연히 네이버 사용을 선호할 것이다.


여기어때는
앱을 클릭하고 홈에 노출될 때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한옥, 글램핑, 공간대여 등 다양한 여행 · 여가 상품이 노출된다. 애초에 ‘템플스테이’라는 명확한 답보다는 ‘쉬고 싶다’는 넓은 범위의 유저들에게 노출된다. 홈에 진입하자마자 지금 당장 템플스테이 예약을 끌어낼 순 없더라도, 여행에 자주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번 홍보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어때는 네이버 페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토스, KB Pay, PAYCO, 휴대폰결제 심지어 법인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나는 토스 프라임 유저이기 때문에 토스로 결제하기 위해서라도 여기어때를 사용할 것이다.
(...?) 이상한 결론이 되었지만 쨌든 여기어때는 쿠폰과 포인트 제도가 별도로 또 있기 때문에 할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다.  





템플스테이, 여기어때? 

심지어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여기 어때라고 쓰여 있다.

이직 전, 위 이야길 들은 전 직장 동료의 첫 반응은 “스님들이 여기어때를 쓰게 만들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였다.


사실 나 또한 그래서 직접 절을 다녀온 것이다. 템플스테이라는 여행 경험 과정에 이렇게 불편한 고객 문제들이 많은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첫 번째 원인은 애초에 호스트 고객이 플로우 개선이나 제품 고도화에 관심이 없을 거란 가설이었다. 


그래서 예약 플랫폼을 활용하실 수 있게 설득하려면 호스트센터 자체는 웹사이트로 만들더라도 앱 설치는 하셔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지, 플랫폼과의 협업에 거부감은 없을지, 현재 예약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등 일단 고객을 알아보러 갔다. 나는 원래 안된다는 전제 없이 일단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Thinking Backwards,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익숙했다.


속세를 벗어난 나마스테이시

평온한 시간들을 보냈고, 애초에 템플스테이의 운영자와 관리자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매출 기여가 크지 않더라도 2030 고객을 자발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고, 한국에 노트북 없이 여행 온 외국인들을 앱으로 타깃 할 수 있으며, 숙박 중개 플랫폼 이미지를 깨부수는 파격적인 브랜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행복 회로를 그렸다. 심지어 템플스테이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협업 및 마케팅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





Business Impact

입사 후 한 달 반 정도 되었을 때 헤더 분과 1:1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위 내용들을 말씀드렸다. 그리곤 아래 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면 보고서를 써서 제출해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1. 현재 예약 가능한 공간의 개수가 얼마나 되는가? (= 현재 시장의 크기)
2. 앞으로 해당 서비스의 공간이 얼마나 많아질 수 있는가? (= 시장의 확장성)
3. 우리가 진입하면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가질 수 있는가? (= 포지셔닝)



1. 현재 예약 가능한 공간의 개수가 얼마나 되는가? (= 현재 시장의 크기)

서울 13, 강원 14, 인천 2, 경기 20, 충남 11, 충북 8, 경북 16, 대구 2, 전북 9, 광주 3, 전남 20, 경남 12, 부산 4 제주 4곳. 템플스테이를 운영 및 예약 가능한 절은 총 138곳이다. 해당 절마다 1박 당 예약할 수 있는 인원으로 계산하면 훨씬 더 큰 숫자지만

출처: 한국호텔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가 제공한 관광숙박업 등록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호텔만 해도 총업체수는 2,301개이며, 1박 당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총 객실수는 211,539로 집계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템플스테이 시장 자체가 훨씬 작았던 것이다.



2. 앞으로 해당 서비스의 공간이 얼마나 많아질 수 있는가? (= 시장의 확장성)

같은 산이라도 글램핑은 공간인 카라반이나 펜션을 늘릴 수도 있고, 게스트하우스처럼 2층 침대로 자리를 늘릴 수도 있는데 절은... 짓는데도 오래 걸리고, 한 절에 수두룩 빽빽하게 자리를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굳이 스코어링을 하자면 공간의 확장성은 0에 가깝지 않을까...?



3. 우리가 진입하면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가질 수 있는가? (= 포지셔닝)

마지막 포지셔닝은.. 업계 1위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불교연합 웹사이트다. 점유율을 가져오려면 일단 업계 1위를 상대로 설득과 영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웹사이트를 유지 보수하는 비용이나 문자 발송비, 마케팅비 등을 고민해보다...


영업, 디자인, 개발 등 많은 리소스를 쓰기엔 시장이 작다는 판단에 나는 보고서 제출을 포기했다.





What I Learned

사실 이번에 배운 Learning은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하는 절차’였다.


실제로 내가 군 할인쿠폰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각 직무의 실무자들이 모여 슬랙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2시간 만에 비즈니스 오너는 컨택 메일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한 달 반이 걸렸고, 더 꼼꼼한 시장조사 후 보고서를 쓰고 정식으로 상신을 올려야 하는 절차였다.


고객 문제 해결, 비즈니스 임팩트.

Role-Driven, Rank-Driven.

목적 조직, 기능 조직.


새로운 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나의 숙제일 뿐,

사실 정답은 없었다.





고객 문제 해결 -> 비즈니스 임팩트

요즘 하루에 3번은 꼭 보는 영상

내가 이직한 이유는 정말 사용자가 바쁜 일상 속에서 주위 사람들과 시간을 내어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돕는다는 미션에 공감했기 때문이고, PO로서 여행 · 여가 업계가 풀지 못한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내가 정말 미션에 기반하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일하고 있는지 요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최근 EO채널에서 엄청나게 동기부여되는 영상을 보았다. [고객 문제 해결 vs 비즈니스 임팩트]가 아닌, [고객 문제 해결 -> 비즈니스 임팩트]를 이뤄가는 사례였다.  Suuuper high goal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원팀이 얼라인 되어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 뜨거운 스파크가 그립고 또 부러웠던 것 같다.

고민만 하지말고, 지금 내가 겪는 문제부터 해결하자!

조금은 차분해진 나마스테이시 2차 셀프 리뷰 마침.





에필로그

정말 높은 목표.

아마존보다 큰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데
그런 기업에 가슴이 뛰는가
빠르게 사고하고 실행하고 배울 수 있는가

저희 내부에는 개발자라는 단어도 없고
디자이너라는 단어도 없고
기획자, PO라는 단어도 없습니다.

모두가 Problem Solver로
각자의 문제를 부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레브잇' 강재윤 대표님의 인터뷰 中

https://www.youtube.com/watch?v=L2sNAQYLN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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