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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May 08. 2022

회사 밖의 내가 유니콘이 되려면

개인의 전체 커리어는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

이 글은 이직 후 작성한 1차 셀프 리뷰 <PO 이직 첫 달 회고. 근데 이제 네고왕을 곁들인>과,

2차 셀프 리뷰 <고객 문제 해결 vs 비즈니스 임팩트>에 이은 3차 셀프 리뷰 글입니다.



이 글의 BGM으로는

장범준의 <실버판테온>을 권합니다.

난 몇 달째 실버 3, 4에 있었어
근데 난 플레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
실버를 넘어 골드를 지나 판테온으로 플레를 갈 거야
빵테온으로 운영을 잘해서 언젠가 플레를 갈 거야

- 실버판테온 가사 中





소프트랜딩이 끝났고, 세 번째 월급을 받았다.

지난 삼 개월을 돌이켜보자면 운칠기삼. 내 노력보다 더 큰 운이 따라주었다.


입사하자마자 네고왕 덕분에 전체 퍼널 데이터가 J커브를 그리며 수직 떡상했고, 내가 처음으로 쓴 원 페이저의 문제와 가설이 우선순위 1순위로 상향되면서 바로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신사업인 공간대여를 맡아, 적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상위 기획을 포함한 프로덕트 구축을 리딩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사내 뉴스레터가 오는데, 믿기질 않아서 다시 검색해서 봤었다.


운이 계속 좋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이번에 여기어때가 1조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는 기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회사 밖의 내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내가 유니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밖 개인의 전체 커리어는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

최근 네카라쿠배당토 중 한 곳의 연락을 받아, 한 테크 리쿠르터 분과 캐주얼한 티타임을 가졌다. 'PO로서 긍정님의 최종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주셨는데 솔직히 속 시원한 대답을 못했다. 부끄럽지만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여기어때에서 공간대여를 담당하고 있고, 해외취업을 꿈꾸고 있으니 내 목표는 지인의 추천대로 에어비앤비가 되는 건가? 에어비앤비의 미션은 'Create a world where anyone can belong anywhere.' 누구나 어디에 속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미션에 공감하는가? 아니, 난 내 집 마련부터 하고 싶은데? 서울 시민이지만 서울에 집이 없어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이 공허함을 에어비앤비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미션에 기반한 논리대로면 내겐 에어비앤비가 아니라 직방이 더 건강한 커리어 방향이 되는 건가?


1년 차가 된 지금, 장기적인 관점을 고민해볼 시기라고 생각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 입사한 것도, 여행 여가 플랫폼으로 이직한 것도 냉정하게 운이 좋아서였다. 나의 브런치를 통해 먼저 PO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손 내밀어줘서.. 단지 그뿐이었다. 그러면 취준생 때처럼 낮에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 밤에는 꾸준히 공부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 그러다 보면 또 우연하게 기회가 먼저 찾아올까? 이제 겨우 1년 차 PO가 되었는데, 이런 운이 3년 차에도 5년 차에도 10년 차에도 유효할까? (아니지 않을까...)





PO로서의 최종 목표..
역할에 기준을 두고 고민해 봤다.

유저가 원하는 상품을 잘 찾도록 돕는 역할.


나는 유저의 탐색 경험을 책임지는 PO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품에 차이가 있을 뿐,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달랐다. 예를 들어 클원은 purchase의 개념이다. 재고가 999개가 있으면 하나씩 혹은 여러 개씩 sold-out 되는 방식이고, 여기어때는 booking의 개념이다. 재고는 한 개이고 앞 고객(=대실, 낮 패키지)이 쓰고 반납해야 그다음 고객(=숙박, 밤 패키지)이 쓸 수 있는 Rental의 방식이다. 그래서 유저가 상품을 잘 찾기 위한 기준과 환경이 많이 다르다.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구매와 예약. 둘 다 능숙해지면 나는 유니콘 같은 탐색 PO가 될 수 있지 않을까?





PO로서의 최종 목표..

환경에 기준을 두고 고민해봤다.

나는 신사업을 맡고 있고, 아직 MVP 단계이기 때문에 프로덕트에 기능이 충분치 않다.


그래서 내 연차에 상위 기획, 상세기획 등 서비스 구축부터 운영, 고도화 등 모든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다. 재밌는 건 프로덕트는 너무나도 초기 단계인데, 반대로 함께 가꾸어 나가는 분들은 모두 시니어 분들이다. 게다가 엔데믹 영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여행업계다. 이렇듯 팀도 타이밍도 운 좋은 환경을 벗 삼아 mini-ceo처럼 사업 초기부터 성장을 함께하고 있으니, 나는 유니콘 같은 PO가 되는 과정 중인 건가?





PO로서의 최종 목표..

페르소나에 기준을 두고 고민해봤다.

내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멋진 PM/PO의 모습은 어떠한가?


1. 현상과 문제를 구분하는 사람.
2.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제대로 된 문제정의를 하는 사람.
3. 사업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높이려고 노력하는 사람.
4. 여러 솔루션 중 가장 임팩트 있는 해결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
5. 팀원부터 C레벨까지 누구든 설득할 수 있는, 자신의 논리와 근거가 탄탄한 사람.

6. 모든 팀원이 공통된 문제의식, 목표, 목적, 우선순위에 대한 이해도를 갖게 하는 사람.
7. 전략적인 플래닝과 주기적인 회고를 통해 스스로, 팀원들을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사람.
8. 시작된 일은 집요하게 파고들며, 제대로 마무리를 짓는 사람.
9. 실패든 성공이든 개인과 팀이 얻은 배움을 공유하는 사람.
10. 팀과 팀원의 소중함을 알며,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위의 모든 역량을 갖추면 나는 유니콘 같은 프로덕트 오너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시장에서 거액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데려갈 만큼 탐이 나는 인재는 어떠한 모습일까? 지금껏 내가 겪은 수많은 PM, PO 분들을 떠올렸고 지나온 내 모습도 돌이켰다. 그리곤 위 역량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고, 이를 빠르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은 연차가 쌓인다고 얻어지는 경험치는 아니어 보였다.





빠르고 유연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성장하는 것.


빠른 전략과 실행
부드러운 리더십
첫째도 둘째도 신뢰


앞서 언급한 'PO로서 최종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사업, 어떤 서비스를 만나든 고객의 탐색 경험 문제는 확실히 해결하는 PO'라고 답했다. 그런데 사실 탐색 경험을 책임지는 PO가 상품을 잘 찾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역량이다. 그분은 내가 창업을 한다거나, CPO가 되고 싶다는 등 배짱이 큰 대답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겐 역량 성장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고, 일과 협업에 있어 가져야 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어렵지만, 계속 함께 일하고픈 동료가 되는 것도 어렵다.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이나 연차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일을 할 때도 쉬운 적 없었지만, 시니어 분들밖에 없는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조금 더 어려웠다. 아직 나는 주니어 뱁새인데, 시니어 황새들의 보폭과 속도를 따라가려다 보니 이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아픈걸까 하며 개인적인 힘듦도 많았다.



하지만 이 긴 글의 결론이자 PO로서의 최종 목표는 CPO, 실리콘밸리 같은 ‘높이’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개발자/QA/DA 어떤 직군이든 어떤 연차이든 계속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넓은’ 동료가 되는 것이다.


글 초반에 추천한 장범준 노래 가사처럼, 나는 아직 실버 3,4에 있다. 언젠가 여기어때를 떠날 땐 나를 빠르고 유연한 PO이자,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즐겁고 고마웠던 동료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플레까진 아니더라도 골드는 되지 않을까?


'빠르고 유연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성장하는 것.'

앞으로 일하기 전 매일 이 한 문장을 되새기려 한다.



3차 셀프 리뷰를 빙자한

김소프트 의식의 흐름 마침.

열정! 열정!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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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마우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있다면 난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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