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긍정 Mar 26. 2022

낮엔 직장인, 밤엔 작가로 사는 나만의 시간 관리법

이 글의 BGM으로는 제가 작사가로 참여한

하이라이트의 신곡 <Don't Leave>를 권합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I'm fine 다 필요 없어
Just play 뭐든 OK
지금 아님 안돼 run away get away

- Don't Leave 가사 中
Highlight [DAYDREAM]
03. Don't Leave

Lyrics by VO3E, 이기광, 김긍정, ZNEE
Composed by VO3E, 이기광, Frederik Jyll
Arranged by VO3E      


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으로 구성된 그룹 하이라이트의 첫 정규 앨범 [DAYDREAM]이 발매됐다.

나는 그중 이기광 님의 자작곡인 3번 수록곡 <Don't Leave>에 작사가로 함께 참여했고, 지난 1THE9 앨범에 이어 또 한 번 VO3E 프로듀싱팀과 작업할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특히 이번 곡은 작업하면서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 곡이다. 잊고 있던 꿈을 되찾은 기분이랄까? 이 곡을 듣는 분들도 긍정 가득한 에너지를 느끼셨으면 좋겠다 :') 


K-pop 작사뿐만 아니라 브런치, 요즘IT 같은 매체 기고 등 어떻게 하면 회사를 다니며 '나의 일'을 할 수 있는지 주위에서 많이 묻는다. 이번 글에는 시간관리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담았다.





 스테이시와 김긍정. 나만의 이중생활

우선 나는 '직장인인 나'와 '작가인 나'를 분리한다. 그리고 분리의 시작은 닉네임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부르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김긍정'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주신 별명이다.


당시 방황하던 내게 '긍정아'라며 불러주는 목소리들이 모여 내 삶이 엇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남들에게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페르소나가 갖고 있는 비전과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그 중심을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어야 서로 흔들리지 않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부캐, '스테이시'의 시간관리법

사실 직장인 스테이시의 시간관리는 명쾌하다.

나를 고용하는 회사에서 월급과 인센티브, 스톡옵션을 줘가며 철저히 분기별 성과를 바라는 인물이고, 스테이시가 시간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서로가 약속한 주 37시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의 임팩트'를 '꾸준히' 내는 것이다.



Mindset.

내 역할은 매니저인가, 메이커인가?

전 직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PM 동료가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며 사비로 한 책을 선물해준 적 있다.


책 <몽키 비즈니스>의 핵심은 '매니저의 시간관리'다. 여기서 핵심은 직무명이 아니라 내 역할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도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서비스의 특성이나 조직문화에 따라 '프로덕트'나 '매니저'가 아닐 수 있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내 역할은 매니저인가, 메이커인가? 메이커라면 기획한 목적에 맞게 산출물을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매니저라면 메이커들이 메이킹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역량도 필요하다. 돌이켜 봤을 때 내 역할이 메이커라면 산출물에, 매니저라면 커뮤니케이션에 더 시간을 써야 한다.



Action. 나만의 3 · 2 · 3 법칙


1) 퇴근 전, 내일 할 일 3개를 미리 정할 것.
화요일 저녁에 퇴근하는 스테이시가 수요일에 출근한 스테이시가 해야 할 일을 정한다는 의미는 당일에 갑자기 치고 들어온 일이 어제까지만 해도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하루에 처리할 일을 3개만 정한다는 의미는, 회의는 '처리하는 일' = 'to do'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프로덕트 오너는 여러 직무, 부서와 얽혀있다 보니 회의가 업무 시간의 8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 '회의를 했다' = '일을 했다'로 받아들이게 되면, 액션 아이템 없는 하루들만 쌓이고 내가 우리 팀의 보틀넥이 되어버린다. 회의와 별개로 해야 할 일 3개를 미리 정해 우선순위와 나만의 페이스를 지켜나가려 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2) 매일 2시간의 Focus Time

나에겐 하루 2시간 포커스 타임을 사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근무시간 내에 포커스 타임을 사수하지 않으면 8시간은 회의만 하다 끝나게 되고, 혼자서 야근을 하면 내가 모르는 정보를 묻거나 급한 사실을 전달해야 할 땐 아무도 없어 제품 일정이 야금야금 뒤로 밀리게 된다. 물론 밤 11시에 피그마와 지라를 오가며 코멘트를 남긴다고 해서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진 않을 것이다. (.. 할 수도..?) 쨌든 PO가 이렇게 일을 해버리면, 결국 모두가 불필요한 야근을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사태가 반복된다.


프로덕트 회의 밭에서 나만의 포커스 타임을 사수하는 방법은 시스템 상 자동으로 막아버리는 것이다.

구글 캘린더에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표기하고, 이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리는 자동 발송 메시지를 미리 작성해둔다. 구글 캘린더와 슬랙을 연동해두면, 내 슬랙 프로필에 해당 시간에는 즉각적인 답변을 줄 수 없다는 부재중 아이콘도 노출된다. 포커스 타임을 설정할 땐, 사전에 급한 일이라면 자리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주자는 등 동료들과의 약속도 필요하다. 기존엔 퇴근 직전인 4~6시를 주기적으로 막아두었는데, 최근엔 매일 아침마다 유동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참고로 재밌게 읽은 책 <브레이킹 루틴>에서 저자 천인우 님은 프로덕트 오너로 근무하실 때 같은 고민을 놓고 월/화에 회의를 몰고, 수/목/금은 문서 작성 업무를 하는 등 시간이 아닌 요일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셨다고 한다. 최근 LG전자에서도 매주 월요일은 '회의 없는 날'로 지정하는 등 실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요일로 해결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 매일 3시간 이하의 회의

근무시간 동안 좋은 컨디션으로 일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가 반복되어야 꾸준하게 일하는 선순환이 그려질 수 있다. 그런 나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연이은 회의'였다.


여러 사투 끝에 찾은 나만의 해결 방법은 회의의 개수를 줄이지 못한다면, 한 회의 당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회의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필수 참석자와 선택 참석자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목적에 맞게 15분 혹은 30분 단위로만 미팅을 진행하고 의사결정을 위한 자리는 1시간으로 진행한다. 1시간 이상의 시간은 FGI나 UT 등 고객을 위해서만 쓰거나, 비교적 여유로운 목/금요일로 잡는다.


30분 사이에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액션 아이템을 가지려면 그전에 참석자들이 모인 맥락과 주요 내용들이 사전에 숙지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미리 관련 문서를 첨부하며, 시작 전 간단하게 왜 모였고 회의가 끝날 때 어떤 결론을 얻고 싶은지를 먼저 설명한다. 참고로 아마존에서는 회의 전 침묵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진다고 한다. 필수적으로 첨부된 문서를 먼저 읽는 것이다. 매일 느끼는 거지만 회의에 대한 조직의 업무 문화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온라인 부캐, '김긍정'의 시간관리법.

스테이시는 직장을 위해 일하고, 김긍정은 나를 위해 일한다. 스테이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과 성취감이고, 김긍정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성장과 교감이다. 스테이시의 역할은 매니저고, 김긍정의 역할은 메이커다.


정리해보면 김긍정은 '조직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산출물 제작에 집중하며,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성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에 시간을 써야 한다. 



Mindset.

지금 나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는가?

의외로 사람들은 과거에 흘려보낸 시간을 아까워할 뿐, 현재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경우는 잘 없다. 정말로 해내고 싶은 일 또는 꿈이 있다면, 1분 1초가 아까워 아침에 눈이 절로 떠질 것이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내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건, 그만큼 두근거리는 목표를 못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하루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딱히 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 있다.

우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스스로를 부양하는 것 또는 그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시작한 일이 아니면, 아무리 멋져 보이는 일이라도 금세 그 열정과 애정이 사그라들 것이다. 그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애매한 진행 중 시간만 길어진다. 그러니 스스로 지금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깝지 않다면, 굳이 시간을 관리해가며 무언갈 더 할 필요가 있을까? 하루 종일 푹 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Action. 바꾸기 · 구분하기 · 포기하기


1)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기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무언갈 정말 하고 싶은데, 잠잘 시간도 부족해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은 24시간의 1/3 이상을 회사에 써야 하기 때문에, '나의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 확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지금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인가?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월요일 1시 출근으로 주 37시간을 근무하며, 늦어도 7시에는 퇴근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없다. 만약 오피스에 출근할 경우, 왕복 택시비를 지급해준다.


그래서 오피스로 출근할 경우 왕복 1시간 30분 동안 타다에서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고, 재택근무를 할 땜 출퇴근 시간만큼 글을 쓰거나 자전거를 탄다. 쉼이 보장된 월요일 오전에는 주로 병원이나 은행 업무를 보기 때문에 주말과 연차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고, 그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체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2) 시간을 내야 하는 일, 틈틈이 할 수 있는 일 구분하기

앞서 김긍정은 '조직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산출물 제작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산출물이라는 아웃풋이 있으려면 그만큼 인풋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내게 가장 좋은 인풋은 독서다.


독서는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일까, '틈틈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전 직장 복지로는 사내 도서관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책을 마음껏 신청할 수 있었고, 주위 동료들이 읽고 좋더라 하는 책도 바로 빌려볼 수 있었다. 심지어 원하는 클래스도 마음껏 배워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턴으로 근무할 땐, 퇴근하면 도서관에 가는 게 루틴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는 나만의 장소와 루틴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직 후 없어지니 공부하는 시간을 따로 계획해야 했다.


이직 후 타다로 출퇴근을 하니 멍 때리는 시간이 아까웠고, 나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독서 방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도서관 책상에 앉아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니 독서는 시간을 내야 하는 일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일로 바뀌었다. 휴대성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면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생각보다 꽤 많은 일들은 틈틈이 할 수 있다.



3)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건, 어쩌면 무언갈 포기한다는 것.

우리는 결국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틀 안에서 무엇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 일지 늘 고민해야만 한다.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우선순위는 목표가 있어야만 제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이때 목표는 수단에 의해 결정할 수도 있고, 방향에 의해 결정할 수도 있다.


스테이시가 퇴근 후 김긍정이 되어 '나의 일'을 하는 이유는,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나만의 미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반해 목표를 수단에 의해 결정한다면 '글'로는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를, '음악'으로는 음원 발매를 통해 Top 10 순위 안에 드는 등 랭킹 진입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방향으로 정했다.

김긍정의 목표는 positive Kim이 되는 것이다.


작년 12월, 27번째 생일에 나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한 해를 회고해 보았다. 그리고 나만의 comfort zone을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에 파생되는 로드맵으로 '해외취업 준비'가 있고, 이는 부트캠프처럼 단 3개월만 몰입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꽤나 길고 돈이 많이 드는 꿈이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해외 취업을 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이를 들은 한 동료가 "지금 하는 일을 영어로 해내면 되는 거지"라는 심플한 조언을 주었다. 그렇다. 어쩌면 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타 문화의 고객과 사업을 이해하고, 팀을 이끌며 소통하기 위해 언어는 필수다.


이제 나에게는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영어로 문서화,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을 길러낼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2022년이 되었을 때, 이기적이게도 5년 뒤의 나를 위해 지금 내가 사랑했던 몇몇 소중함 들을 포기하게 되었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과정  자체가 보상이다."

요즘 가장 가슴에 품고 있는 구절이다.


남들이 보면 유명 아이돌 앨범에 참여한 결과가 화려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2020년 원더나인 앨범 이후로 나는 작사가로서 75번의 거절을 겪었다. 그땐 과정이 참 험난했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스스로의 실력을 의심하는 매일 밤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한 76번째 작품이 이번에 발매된 <Don't Leave>다.

그 누가 뭐라든 다 필요 없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전송 엔터를 누르기까지 나는 과정이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들을 보냈다.


최근 회사에서 준비 중인 한 프로덕트의 MVP와 MLP에 대한 정의, 상품 설계 정책을 앞두고 내가 63번 정도 문서 버전 수정을 했다. 그러자 컨플루언스가 자긴 더 이상 못 고쳐준다며 해당 페이지가 오류 상태로 뻗어버렸다 ;_; 그리곤 생각했다.


내가 작사가로서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사를 쓰기 위해 75번의 거절을 견딘 것처럼, 프로덕트 오너로서 고객에게 긍정적인 제품을 선사하기까지 적어도  정도의 고민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작품이든 제품이든 무언갈 만들어가는 과정은 늘 쉽지 않다. 매번 고민과 견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주어진 과정 그 자체에 감사하며 즐기는 하루들을 보내려 노력중이다. 그러니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지금 겪는 과정이 괴롭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2022년 3월 회고 마침.

이전 28화 슬랙을 끄고, 쏘카를 켜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