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로 살펴보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법 |코드스테이츠 PMB4
지난 고객 관련 포스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꿈꾸게 된 이후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고객'이라 말한 바 있는데, 고객 다음으로 많이 접한 단어는 바로 '애자일'이다. 스타트업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너도 나도 '애자일 하게 일하는 회사'를 꿈꾸지만 현실은 프로세스를 애자일 하게 바꾸어도 구성원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해 결국 이리저리 휘둘리며 'K-애자일'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애자일 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 애자일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알맞은 정답일까?
PM 관련한 도서나 강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워터폴과 애자일. 사실 나는 볼 때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이 아닐까 생각했다. 애자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만드는 프로덕트에 따라 적합한 프로젝트 방법은 매번 달라질 수 있고 '둘 중 하나로만 꼭 정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워터폴과 애자일,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며 어떻게 우리 조직에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
사전적 의미 '폭포'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방식
기획 - 디자인 - 개발 - 테스트 - 오픈
앞 단계가 끝나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한 단계가 끝나면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없기에 모든 문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시) 바퀴를 만든다 - 연결한다 - 본체를 만든다 - 자동차라는 '탈 것'을 완성한다.
사전적 의미 '민첩한'처럼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개선하는 프로젝트 방식
계획 - 분석 - 설계 - 구현 - 시험 - 유지보수를 반복
점차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비주얼 플래닝 활용 : 업무 상황을 도식화하여 공유하고 현재 진행 상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예시) 일단 보드를 만든다 - 중심을 잡기 편하게 킥보드로 발전시킨다 - 바퀴와 페달을 만들어 좀 더 안정적인 자전거를 만든다 - 엔진을 달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오토바이를 만든다 - 더 안정적인 구조와 튼튼한 본체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을 완성한다.
위 예시는 Henrik Kniberg라는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인데 원본은 워터폴에는 실망하는 표정을, 애자일에는 웃는 표정이 그려져 있어 방법에 대한 부분만 캡처하여 사용했다. 워터폴처럼 일을 해서 고객이 실망하는 경우 사업적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애자일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워터폴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워터폴과 애자일을 함께 비교해보도록 하자.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Agile 하게 일한다는 것은 일을 빠르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일한다는 것으로 나는 대답하고 싶다.
애자일과 워터폴을 공부하면서 나는 비의 깡 신드롬을 예시로 생각해 보았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워터폴하다.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지 아티스트와 제작자는 앨범의 방향성을 기획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제작하며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워크 등 디자인 작업을 거친 뒤 짠! 하고 정해진 일자에 발매한다.
비가 야심 차게 준비한 깡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이때, 비가 이번 앨범은 망했어! 하고
다음 앨범을 또 워터폴 방식으로 다시 준비했다면 실패는 반복됐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피드백인 '깡 시무 20조'를
타협(?)하며 받아들였고 밈으로 재치 있게 승화해
유명 힙합 레이블이 리메이크 해 부르거나
유명한 깡 과자 CF를 섭렵하는 등
다시 앨범을 준비하여 발매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후 비는 앨범을 준비해 발매하던 방식에서
개인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을 개설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개선하는 방식으로
다음 싱글인 <나로 바꾸자>를 제작했다.
애자일 사상에 공감하지 않고 일하게 되면 서로의 업무 범위를 침범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래서 Agile 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오너쉽과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내 일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할 깡이 필요하다고 정의해 보았다.
보통 하드웨어를 만드는 조직은 워터폴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조직은 애자일이 적합하다.
그럼 둘 다 만드는 기업은 어떻게 일해야 할까? 호기심이 생긴 나는 고민 끝에 '나이키'를 조사해 보았다.
(나이키가 애자일하게 일한다고 밝힌바는 없지만 현재 애자일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고 있다. . . !)
캐치프레이즈부터 애자일한 나이키는
경영대학원생이자 중거리 육상선수였던
'필 나이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독일 카메라를 일본이 따라잡는 모습을 보며
무작정 일본에서 신발을 만드는 '오니츠카'.
지금의 아식스 회사를 찾아가 미국 서부에서 팔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당시 육상에서 잘하면 파란 리본을 증표로 주던 것을 떠올려
[블루 리본]으로 급하게 회사명을 짓게 된다.
그렇게 샘플이 도착하고 이를 자신의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에게 보내는데
그 역시 평소 신발이 가벼우면 기록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 신발을 뜯어 중창을 덧대고 쿠션을 바꿔보는 등 여러 고민을 실험해 보고 있었고 투자를 결심하며 공동 창업자가 된다.
블루리본이 판매한 오니츠카 운동화는 5년 연속 2배씩 성장하는 등 미국에서 잘 팔리기 시작했고
그들은 오니츠카가 블루리본과 재계약하지 않을 것을 빠르게 예상하고 독자적인 브랜드 제작을 준비한다.
당시 팀원인 제프 존슨이 꿈에 승리의 여신 '니케'가 나왔다며 영어 발음인 [나이키]를 제안했고
또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 ‘캐럴린 데이비슨’에게 로고 디자인을 맡겨 위와 같은 로고가 탄생했다.
필 나이트는 원래 [Dimension 6]나 [Falcon]으로 브랜드 명을 생각했고 로고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회사명과 로고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오니츠카와 결별하고
그들은 멕시코에서 일본으로 공장을 바꾸는 등 자체 제작에 대한 개선을 이어갔다.
계속 신발 밑창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던 '빌 바우어만'은 아내가 와플 구워주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와플 틀 모양의 밑창을 만들게 된다.
또 M. 프랭크 루디라는 항공우주학자가 에어쿠션을 들고 나이키에 찾아왔는데 그냥 돌려보내려 하자
“저는 괜찮아요, 아디다스에서도 반응이 별로였어요”라고 반응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필 나이트가
그 자리에서 바로 신발에 장착해서 뛰어보고 생각보다 괜찮아 에어쿠션도 장착하게 된다.
그렇게 나이키는 와플 밑창과 에어쿠션 등 자체적인 신발 제작에 성공하며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현재 나이키는 밑창에 모터, 센서, 배터리를 장착해 어플로 야광 색을 바꾸거나
신발끈을 자동으로 묶어주는 '스마트 신발'을 개발하며 또 한 번 프로덕트를 발전해가고 있다.
나이키는 예쁜 디자인과 효율적인 밑창,
마이클 조던 등의 스타마케팅으로 급부상 하지만
80년대 열풍이던 '에어로빅'을 스포츠가 아닌 피트니스라며 치부해 일반 소비자들을 리복에 빼앗기고
90년대 일본에서 동남아로 인건비가 싼 공장으로 옮기며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질타를 받게 된다.
이에 발 빠르게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친환경 소재를 쓰기 시작,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마케팅하며
나이키는 스포츠 운동화에서 패션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2016~2017년 나이키는 매출 정체기를 겪었고
위기 극복 전략으로 D2C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Direct to Consumer의 약자로
제조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작년 11월에는 ‘아마존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나이키는 직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했다. 직원에게 스타일링을 추천받거나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는 등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 나이키 플러스 멤버십을 선보여 회원만 구매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를 높여 2017년 50달러대였던 주가는 올초 100달러대에 진입했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매장이 폐쇄되고 미국 스포츠 행사가 취소된 영향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38% 감소했지만 디지털 채널 매출은 전년 대비 82% 증가하며 이전 분기에 기록한 증가율(75%)을 뛰어넘었다. 이때 나이키 앱 사용자는 작년보다 150% 증가했다고 한다. 나이키는 전략대로 D2C를 잘 수행했고 그들을 찾는, 사는 수요가 증가했으니 애자일하게 잘 일했다고 볼 수 있다.
유튜브 EO채널에 출연한 나이키 본사 디렉터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나이키에는 '인포메이셔널'이라는 특징적인 기업 문화가 있다고 한다.
만약 다른 팀으로 가고 싶을 때 1:1로 미팅을 신청하면 원하는 팀에 대한 얘기도 듣고 본인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면 팀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을 부서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동하면 자율적이면서도 성과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또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도 큰 타격 없이 일의 진행이 가능하다. 또 나이키 본사에서는 Just Do It 보다는 Fail Fast 하게 일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인데 사실 회사에서 먼저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어야만 구성원들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이키를 통해 엿볼 수 있듯 애자일의 역할은 일하는 방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관이다.
Agile 하게 일하고 싶다면 구성원 모두가 그 사상에 공감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보통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시스템부터 도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야근만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유행하는 방법론들은 도구일 뿐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서로를 믿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해 보인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앱등이로 시작해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파는 잡스병을 거쳐
혁신을 꿈꾸는 프로덕트 매니저에 도전하다.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 그 100일간의 기록
김긍정 brunch.co.kr/@positive-kim
참고 도서 :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프로덕트 오너, 슈독
참고 영상
- 14F 소비더머니 : https://youtu.be/s8okK1e-yBo
- EO : https://youtu.be/jU3wNUgYry4
- WLDO : https://youtu.be/O2t5fT5vT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