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긍정 Mar 25. 2021

해지하지 못하는 멜론, 떠나가지 못하는 스포티파이

고객에게 젠틀한 구독 해지 UX를 선사하는 법

이 글은 구독 서비스 이용 시 혜택만큼 중요한 해지에 관한 글입니다.

BGM으로는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를 권합니다.




 어? 센스있다. 

심지어 콘텐츠 디자인도 너무 깔끔하고 센스만점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K-POP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크리에이터였기 때문에, 보다 많은 곡/앨범 별 대중들의 반응 확인을 위해 [멜론]과 [네이버 VIBE]를 함께 이용해 왔다.


하지만 기획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후로 나의 이목을 사로잡은 앱이 있었으니...! 바로 센스 있는 UX Writing이 돋보이는 [FLO]와 [Spotify]였다.


오늘은 구독 해지에 관한 포스팅이니 이 부분은 짧게 소개만 하려 한다. 해당 사진은 FLO의 인스타그램 광고 콘텐츠로 개학의 계절인 3월의 특징을 살려 [신규 회원가입]을 [신입생 대모집], [100원으로 지원하기]로 바꾼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센스 맛집 FLO 앱 분석은 추후 포스팅에서 제대로 업로드할 예정!)






 해지하지 못하는 멜론 

여하튼 결론은 FLO로 갈아타느라 Melon을 해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나는 서비스 기획과 별개로 계속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저가 압도적인 멜론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지금껏 여러 서비스를 번갈아 이용하면서도 멜론만큼은 굳이 해지하지 않았다.


정식 런칭을 앞둔 토스의 [내 구독 서비스]

그러다 최근 토스가 왓섭처럼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는 기능을 곧 출시한다 밝혔고, 호기심이 많은 나는 구독 관리 서비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내 힘으로(?) 멜론을 해지해보기 위해 앱을 켰다.




Safari의 데스크탑 웹 사이트 요청을 이용하거나 PC에서 해지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지하기 정말 어렵다 ㄴ(°_°)ㄱ;;

앱에서 아무리 햄버거를 누르고 설정을 뒤져도 결제를 변경하는 방법을 알 수 없어 극단적으로 [멜론 탈퇴]까지 이르렀는데, 탈퇴도 이용권을 해지하지 않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네이버에 멜론을 검색했고, 바로 '이용권 해지'라는 검색어를 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앱에는 해지 기능이 없어서 Safari의 [데스크탑 웹 사이트 요청]으로 접속해야 했다.



결국 PC로 접속한 나는 바로 공지사항을 눌러 [자주 묻는 질문]으로 향했고, 유일하게 올해 최종 수정된 이용권 해지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서비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안드로이드는 앱 4.2.4 버전 이상이면 앱 내에서 해지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바로 사그라들었다. 나는 앱등이와 잡스병을 앓고 있기에 조용히 멜론 홈페이지에서 해지를 시도했다. (머쓱타드,,ʕʘ‿ʘʔ)



[멜론 이용권/결제정보]로 들어가 해지 신청 버튼을 발견,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스압주의) 멜론! 이게 머선129 

해지의 어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이미지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할인 혜택, 추가 할인, 스폐셜 혜택 등 긍정적인 워딩으로 설득하다 끝엔 이용권을 해지하면 회원 등급이 초기화된다며 손해를 강조했다.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진 괜찮다. 그런데 맨 마지막 해지 포기는 [혜택 누릴래요]로 캐릭터와 함께 크게 표현한데 반해, 실질적인 해지는 [혜택 포기할래요]로 너무나도 작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동안 많은 검색과 클릭을 반복해 피로감을 느낀 고객에게 과연 이 단계와 표현들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떠나가지 못하는 스포티파이 

너무 센스있쟈나,,

반대로 스포티파이는 왜 '떠나가지 못하는'으로 표현했냐면...

스포티파이는 구독을 해지하면 이렇게 [We want you back] 플레이리스트를 띄워준다. 총 9곡을 추천하는데 제목의 순서를 이어 보면 If - You - Leave Us - Now - You'll - Take Away - The - Biggest - Part of Us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름)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라서 플레이리스트와 제목으로 해지의 아쉬움을 표현한 것도 너무 센스 있고, 이렇게 좋은 구독 해지 경험은 고객에게 좋은 끝인상을 선사한다. 지난 UX 심리학 포스팅에서 언급한 [피크엔드 법칙] 에도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스포티파이, 이렇게 센스있는 널 두고 어떻게 떠나가겠어!?)






포스팅 제목처럼 해지를 이별에 비유하자면

멜론은 "우리 헤어져"와 "다시 만나자"를 끝없이 반복하다 끝난 (...) 서로 지칠 대로 지친 이별 같고,

스포티파이는 "언제든 내가 생각나면 돌아와" 같은 젠틀한 헤어짐의 느낌이랄까.


여전히 나는 사랑과 이별이 어렵지만

적어도 좋은 마무리는 아름다운 날들을 추억하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어른스러운 끝맺음을 도와준다.

젠틀한 헤어짐이야 말로 흔들리는 마음을 가장 강력하게 붙잡는 방법이 아닐까?


지난 고객 바라기 PM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프로덕트 매니저는 참 순애보 같은 캐릭터다.

진실된 마음을 가진 서비스만이 고객과의 오랜 인연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 오늘의 TMI 

아직도 첫 음원을 발매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속눈썹 - 모닝콜을 부탁해 (Feat. 강소연, 김긍정)

그때나 지금이나 멜론을 통해 내 음악, 내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특히 아트워크 UI가 대문짝만 하게 바뀌기 전까진 [최신 앨범]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뮤지션들에겐 명예의 전당 마냥 인정받는 기분마저 들게 했다.


기획자로서는 복잡한 해지절차가, 신인 작사가로서는 저작권료를 빼돌린 혐의 등이 너무나도 실망스럽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론은 모든 뮤지션들에게 첫사랑 같은 존재다. 그걸 지금의, 앞으로의 멜론을 이끄는 담당자분들이 꼭 아셨으면 좋겠다.


끝으로 설렘의 계절을 맞아 봄에 듣기 좋은 밴드 속눈썹의 <모닝콜을 부탁해>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내가 랩으로 피처링을 했고 (부끄 ),  곡이 앞서 말한 나의  발매곡이다. 당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로케 같은 매력의 선배에게 반해 썼던 가사로, 아침부터 목소리를 듣고 싶어 괜히 모닝콜을 불러달라 부탁하는 나의 풋풋한 개수작을 들을 수 있다.


제 브런치 구독자분들 중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카카오톡 뮤직 프로필로 설정하길 추천합니다.

우리,, 그 정도 용기는 있잖아요?  :')



내용 참고

- Spotify UX Writing : https://twitter.com/tinywordsmatter

매거진의 이전글 특별함을 선물하는 아이디어스의 해외진출이 기대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