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흔들려도, 나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신경림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by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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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읽는 순간,
그 문장이 곧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한다.

신경림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 시였다.
힘주어 외치지도 않고,
눈물로 호소하지도 않지만
그저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 말들이
나에게는 뜨겁고도 단단한 다짐처럼 다가왔다.


일상에 잠기지 않고
더 큰 가치를 바라보는 사람.
억눌리는 이들 곁에 서고,
억누르는 힘 앞에 주저앉지 않는 사람.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며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아내고,
늘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사람.


이 시 안에는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한 말이 아니라,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시는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떤 사람이냐고.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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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나를 솔직하게 마주하고 있는지,
요즘의 나는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문득 가슴이 조용해졌다.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하루에 젖지 않고
뜨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이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방식이다.

나는 후자에 가깝고 싶었다.


내가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이 부분을 따라 읽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오래 품고 있는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지켜야 할 어떤 이름을 안고 살아간다.
그 이름이 우리를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아주고,
함부로 살아가지 않게 해 준다.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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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지막에는
이 문장이 조용히 놓여 있다.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흔들리고, 다시 중심을 잡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완성된 내가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나.
나는 그런 내가 되고 싶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지금 어떤 모습이니.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고 있니.

조용하지만 깊은 물결처럼,
시가 내 마음을 천천히 흔들었다.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한 말이 아니라,
결국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이었다.
끝없이 흔들리더라도,
나는 그런 내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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