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꿈, 견디기 힘든>
새벽이었다.
날이 채 밝지 않은 시간,
창밖의 눈발도, 시계의 바늘도
모두 잠시 멈춘 듯 흐릿해졌다.
그런 순간엔
누군가의 숨소리 하나가 벽을 넘고,
말 한 줄이 나도 모르게 내 안으로 스며든다.
그대가 중얼대던 말,
나는 분명히 알아들었다.
‘나는 내가 아니다.’
이 문장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서 발음해봤을 것이다.
어떤 새벽은
거울 앞에 서는 것조차
자신을 증명해내는 일처럼 버겁다.
의식은 깨어 있지만
내가 나라는 감각은 불확실하고,
그 틈 사이로
이상한 꿈 같은 현실이 밀려온다.
꿈은 흔히 희망이라 말하지만
황동규는 그것이
삶의 전부를 압도하는 무게임을 꿰뚫는다.
무너진다.
또 쌓는다.
다시 무너진다.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는 반복 속에서
우리는 아침을 맞는다.
어쩌면 ‘꿈을 견딘다’는 건
단지 어떤 목표를 향한 인내가 아니라
끝없이 무너지는 자아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성취나 계획이 아닌,
지탱되지 않는 세계 위에 다시 선다는 감각.
불완전함을 버티는 것.
그 속에서 다시 ‘나’라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그게 바로 삶이라는 구조 위에
조심스럽게 얹힌 ‘꿈’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신분증에 들어가지 않는 것.
어떤 서류에도, 어떤 언어에도 붙잡히지 않는 것.
그래서 더 진짜인, 그래서 더 무서운.
꿈은 때로
우리 자신보다 더 오래 우리를 떠민다.
그것이 무너질 때,
우리는 누구였던가.
나는 아직도 가끔
거울 앞에 서서
‘나는 내가 아니다’라고 중얼댄다.
그건 절망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시작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견딘다는 건
이 정체불명의 나와 함께
끝까지 걸어보겠다는 다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