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절정>
사는 게 이렇게까지 버거울 줄은 몰랐다.
하나 넘기면 또 하나,
겨우 마무리되었다 싶은 일의 끝에
도무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버티고 있다.
힘들다고 말하기조차 힘들 때가 있다.
입을 열면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누군가 “그래도 잘 버텼어”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도
괜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질까 두려워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만다.
어느 날, 그렇게
지쳐서 멈춰버린 마음 한구석에
불쑥 이 시가 들어왔다.
이육사의 〈절정〉.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너무 찬란해서
다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말이었다.
강철로 된 무지개라니.
얼마나 차가울까.
얼마나 미끄럽고, 얼마나 아플까.
그런데도 그 끝에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겨울이 견디기만 해야 하는 계절이 아니라,
넘어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라면.
그 풍경을 향해
한 발, 다시 한 발
걸어가야 하는 거라면.
지금 내가 버티고 있는 이 날들이
겨울을 건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 화자는
이미 끝나버린 듯한 고원 위에 서 있다.
무릎 꿇을 곳도, 발 디딜 곳도 없다.
그럼에도 눈을 감고,
한 번 더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그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치 나처럼.
끝난 줄 알았던 자리에서
아직도 살아내야 할 하루가 남아 있는 느낌.
포기하고 싶다는 말이
혀끝까지 차오르다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지는 날들.
사람들은 늘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지나갈 수 있다는 걸 안다.
겨울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하는 풍경이다.
강철처럼 차갑고,
때로는 쓰라리게 아픈 발걸음을 감수하면서도.
나는 아직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겨울의 끝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 문장 하나 덕분에
지금 내 눈앞의 겨울이
조금은 다른 빛깔로 보인다.
강철이라는 말 속에는
추위도 있지만
그 추위를 뚫고 나아가는
단단한 마음도 들어 있으니까.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무지개를 만나기 위한 발걸음이라기보다,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 위해.
한숨을 크게 내쉬고,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