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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roes 52

Heroes#50. 하영민

'10승 투수'의 꿈을 위해 청춘을 세공한 언성 히어로

by 채성실
20250131.png (원본 사진 출처 : OSEN,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하영민은 키움 히어로즈의 암흑기 투수진을 지탱하고 있는 토종 에이스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프로 데뷔 11년차를 맞이한 지난해까지, 항상 소속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10승 투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을 세공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영민은 고등학교 3년간 231.1이닝을 투구했다. 2학년 때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모든 경기에 등판했다. 5경기 34.1이닝 평균자책점 0.26의 성적으로 모교의 11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3학년 때는 17경기 동안 108.1이닝을 투구했다. 그해 광주진흥고등학교 야구부의 다른 투수 아홉 명이 소화한 이닝(72.1이닝)보다 하영민 혼자 책임진 이닝이 더 많았다.


하영민은 데뷔 1년차부터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당시 키움의 투수진이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에게도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망가진 탓이었다. 하영민은 데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역대 5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시즌 중반까지 꾸준히 선발투수로 나서며 팀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180cm·63kg의 호리호리한 몸으로 혹사당한 대가는 금방 찾아왔다. 데뷔 시즌 이후 계투진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하영민은 3년차에 팔꿈치 인대 미세 파열 진단을 받았다. 8주 동안 재활하면 회복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1년간 돌아오지 못했다. 부상 복귀 직후 별도의 관리 없이 계투진에서 중용됐고, 얼마 안 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다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2022년 4월 3일, 하영민은 1,290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퍼펙트로 막아냈다. 다음 경기도, 그다음 경기도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9경기 연속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1군 계투진에 안착했다. 복귀 첫 시즌을 5승 3홀드 평균자책점 3.41의 훌륭한 성적으로 마쳤다. 2023년에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50경기 이상 출전했다. 팀이 원할 때면 언제든 공을 던졌다.


2023년 겨울, 하영민은 마무리 캠프를 앞두고 감독실을 찾아갔다. 신인 시절 이후 10년간 가슴 속에 묻어뒀던 선발투수의 꿈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영민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던 홍원기 감독은 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2024년 3월 30일, 하영민은 2,031일 만에 선발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3,111일 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하영민은 2024년 정규 시즌 28경기를 모두 선발투수로 출전했다. 150.1이닝을 던지며 9승을 올렸다. 그는 팀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투수였다. 한국 국적의 우완 투수 중 세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4.37)을 기록했으며, 일곱 번째로 많은 삼진(101개)을 잡아냈다. 리그에서 구종 가치가 가장 높은 포크볼을 던졌다. WBSC 프리미어 12에 참가할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영민은 시즌 후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히어로즈' 하면 가장 먼저는 아니더라도 '이 선수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2024년, 야구팬들이 키움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 중 하나는 바로 하영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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