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하고 카페로 걸어가는데 바람이 차가웠다. 커피를 손에 들고 돌아오니 조수석에서 아버지 영정사진은 햇살을 받아서 따뜻했다. 아버지 앞에 따뜻한 커피를 두고 울었다. 밖에서 잠시 걷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꿈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아버지와 대화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걱정했다. 나도 모르게 불안을 토로했다.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 아직도 아버지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구나 후회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픈 모습은 아니라서 안도했다. 표정이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면 꿈에서 바로 눈치채고 어디가 아프신지 물어봤을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괜찮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건강을 관리해서 아이들이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다.
생전에 아버지는 주말마다 전원주택을 구경하러 다녔다. 도시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유기농 음식을 먹고 싶어하셨다.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응급실 앞에서 기다릴 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혼잣말로 전원주택 이야기를 계속했다. 결국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고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 형제들 중에 다섯 분이 암투병을 하셨다. 암 가족력을 고려해서 미리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내년에 마흔이 되는데 천천히 시골에 땅을 마련하고 손수 집을 지을 생각이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흙과 나무를 쌓아올리고 볏집과 왕겨로 보온을 해서 화학물질 없는 생태적 집을 짓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 다행히 아내는 황토찜질방이 있는 예쁜 집을 지으면 찬성이라고 응원을 해준다. 저축해서 땅을 장만하고 내 손으로 집을 지으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채소도 키우고 나무도 심을 계획이다. 계획대로 한다면 아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 아버지를 옮겨 모시고 싶다.
아버지 병수발을 들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서른아홉 문사철 문과생이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건설사 경영기획 경력직으로 지원했다. 동종 업계에서 동일 업무로 일했던 경력이 없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을 받아서 의아했다. 면접관은 업계도 다르고 경영학 전공자도 아니지만 경력이 신기해서 서류전형에서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나서 지난 직장생활이 순탄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옛날에 경기가 좋을 때 조선사에 입사했다. 호황 끝물이라서 봉급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조선경기가 악화되면서 연봉은 삭감되고 팀은 해체되었다. 동기들이 살 길을 찾아서 조선소를 떠날 때 끝까지 남아서 구매팀, PM팀, 재무팀, 생산기획팀에서 일했다. 다른 곳에 가고 싶어도 문과생이 이직하기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서 뒤늦게 여러 자격증을 공부했다. 동기들은 대부분 한두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서 특수한 경력을 가지는데 내 경력은 뒤죽박죽이라서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면접관이 이런 내 모습을 좋게 평가해서 안도했다. 게다가 다른 부서에서 일해도 좋겠다고 말해서 합격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과거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서 어떤 시련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언제나 아버지는 내 마음 속에서 나를 품에 안고 용기를 주실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