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아버지와 구급차를 타고 하염없이

by 웃자

이제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병수발 기록에서 아버지는 여전히 아프다. 현재형을 과거형으로 바꾸어야 할까. 그대로 발행하자. 시제를 수정해도 아버지의 아픔도 남은 가족의 고통도 변하지 않는다. 아버지 편히 쉬세요. 지금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기계로 호흡하고 있다. 항생제, 수면제, 진정제, 영양제 등 각종 수액을 달고 꿈을 꾸고 있다. 아버지는 그리운 동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일까. 할머니와 손을 잡고 자갈치 시장에서 어묵을 먹고 있는 것일까. 동네 형들과 한여름밤 해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있는 것일까.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나서 회복하실 거라고 믿는다. 응급실에서 아버지는 폐 손상이 심해서 기도 삽관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말대로 삽관을 시술했다. 시술 전에 영상을 찍었다. 이것이 마지막 대화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 사랑해요. 힘내세요." 아버지는 호흡이 가빠서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계속 비가 내렸다. 아버지의 사진과 동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언젠가부터 아버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어릴 적 사진만 있어서 후회가 된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은 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집에서 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시거나, 여행지에서 같이 산책하거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틈틈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나중에 가끔씩 아버지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이대로 헤어지면 아무 것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셔서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최소한 잠시라도 깨어나서 무슨 말씀을 해주시길 기도했다. 며칠 전에 유서를 말씀하셨을 때 당황하지 말고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후회했다. 그래도 구급차에 타기 전에 아버지 손을 잡고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동안 손녀 입을 통해서만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사랑해요." 라고 말했는데 아버지가 "괜찮을거다."라고 대답해서 불안을 조금 덜었다.

혹시라도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으면 2차병원으로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산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면 좋을텐데 2차병원에서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중환자실에 자리가 생겨서 한시름 덜었다. 뒤늦게 기도 삽관 후 고통에 몸서리치는 환자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보호자의 글을 읽고나서 아버지 상태가 걱정되었다. 평소에 아버지는 공황 장애로 고생했다. 혹시라도 수면제가 떨어져서 의식이 돌아왔는데 기도 삽관과 각종 수액을 보면 무너질 것 같았다. 게다가 중환자실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의지가 강했고 평소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연명치료를 해야할까.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꾸준히 운동해서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서 준비가 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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