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은상 - 정다온
할머니께서 제가 드리는 이 편지를 직접 읽으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군가가 저의 따뜻한 마음을 할머니게 전해 주었으면 해요.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TV에서 '기억'이라는 드라마를 보게되었어요. 할머니께서도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 드라마를 보면서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갑자기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모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그 주인공처럼 증조할머니께서도 무척 당황하셨던 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가끔 제주도 외가댁을 갈 때마다 할머니께서 계시는 요양병원을 찾아갔었는데 매해 갈 때마다 할머니의 모습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앨범 속 할머니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증손녀인 저를 안고 활짝 웃고 계시는데 지금은 딸인 외할머니와 손녀인 우리 엄마조차도 전혀 알아보지 못하시죠. 아마 재작년이었을 거예요. 할머니! 기억나세요? 우리 아빠께서 할머니의 길게 자란 발톱을 깎아 드렸더니 할머니께서 그러셨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저는 그때 정말 속상했어요. 왜 아빠를 못 알아보실까? 답답한 마음과 함께 길게 자란 두꺼워진 발톱을 더럽다 생각하지도 않고 정성스레 깎아주시는 아빠에 대해 일기를 썼었어요. 우리 아빠지만 역시 멋지단 말이죠. 그런 우리 아빠를 할머니께서 잊어버리셨다니...
엄마께서 가족 얼굴을 기억하시라고 사진을 크게 뽑아 코팅까지 해서 갖다 드렸었는데 이제는 사진을 보셔도 기억나지 않으시죠? 알츠하이머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 걸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치매에 걸린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어떻게 자식도, 손녀도, 증손녀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건지 정말 답답해요. 알츠하이머는 정말 나쁜 병이에요.
지난 번 학교 과학글짓기 대회에서 할머니의 이 나쁜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제 소원은 제가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내는 거예요. 제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과학 기술이 발전해서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오면 더 좋고요. 그래야 할머니께서 하루 빨리 우리 가족을 알아보시고 우리가 얼마나 할머니를 사랑하고 있는 지 느끼실 수 있잖아요. 엄마는 가끔씩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식혜가 너무 생각나신대요. 빨리 나으셔서 저한테도 그 맛있는 식혜를 만들어 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빨리 와 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해요.
이렇게 계속 편지를 쓰다보니 가슴이 뭉클해지고 증조 할머니를 바라보는 외할머니의 마음이 떠올라요. 외할머니께서는 얼마나 속상할지, 그리고 그런 증조할머니는 얼마나 답답하고 얼마나 기억해내려고 애를 쓰셨을 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갑자기 우리 엄마가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계속 이상한 말만 하고 계신다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전 우리 엄마가 저를 알아보지 못해도 지금처럼 사랑할 거예요. 외할머니께서 증조할머니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거서럼 말이에요. 편지가 아니라 직접 이 편지에 담긴 제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네요. 할머니께서 이 편지를 직접 읽진 못하시겠지만 제 사랑하는 마음만은 잘 전달되기를 바랄게요. 할머니! 그 못된 병 때문에 머리는 아파지셨지만 몸은 아직 건강하시니까 갑자기 몸까지 아프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름방학때쯤 뵐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계세요. 그때는 할머니께서 저를 알아보시지는 못하지만 꼭 껴안아 드릴게요. 할머니, 진심을 담아서 '사랑합니다!!!'
할머니께서 이 하트를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는 증손녀 정다온 올림
2016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초등부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