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하신 할아버지께

초등(고학년)부 대상 - 한정이

by 편지한줄

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하신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편지는 너무 오랜만이네요. 저 손녀 정이에요. “정이야” 하며 활짝 웃으시던 얼굴이 9년이 지나도 전혀 잊혀지지 않네요. 정말 저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신 소중한 할아버지. 둘째라고 언니보다, 막내보다도 절 아껴주시던 할아버지. 그런데 전 알아요. 언니와 막내를 아껴주고 싶었지만 제 눈치가 보여 결국 아껴주시지 못하셨죠. 전 그게 항상 미안했어요. 언니는 맨날 혼나기만 했고 당시 갓난아기였던 막내가 할아버지 얼굴, 성함 전부 알지 못하는 걸 볼 때가 가장 마음이 먹먹해요. 그때 말할 걸 나만 예뻐하지 말아달라고. 그날 할아버지가 우릴 위해 바다로 나가지 않으셨다면 아직도 우리 곁에 계셨을까요?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요? 막내는 할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갈 수 있었을까요? 더 이상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3학년부터 저는 이상하지만 아픈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프고 힘들 때 하늘을 우러러보는 습관입니다. 기댈 수 있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든든하고 따뜻하고 강하신 할아버지가 보고싶고 안기고 싶을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리고 한참을 멍하니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세상으로 한 발자국 더 옮길 때마다 마음 속 나무 문 안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남색이고 빨간 실로 수 놓여 있는 첫 글자가 A인 캡 모자를 쓰고 허허 웃고 계셨어요. 항상 제 뒤숭숭하고 거무스름한 망므을 잠깐이라도 파랗고 투명하게 바꿔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 푸른 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있으셨으면 정말 좋겠어요. 먼 훗날 그 곳에서 만날 소중한 그날을 기다릴게요. 정말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2022년 2월 5일

4시 24분 57초 정이올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초등(고학년)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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