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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시 Apr 25. 2023

너에게 선물이야

계속해서 달리다가

퇴사한 나에게 친구가 한말은


'너에게 줄 선물이 뭐야?' 너 오랜만에 쉼을 갖는거잖아.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그런거 말고 너 자신을 위한 선물 뭐 있어?'


와.. 친구의 이 질문은 참 고마웠다.



난 자책을 잘한다.

그냥 쉬고 있고 멍하니 있고 그러면 불안해서

무언가 쉼없이 움직이는데 효율적이지 못할때도 많고

암튼 그렇게 쉬면서도 죄책감이 있다.

쉬면 안될것 같다.

그렇게 계속 살아왔다.


퇴사하고 일을 안하는 상황에서도

전업주부로써 최선을 다해야 할것 같고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잘 못 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움직여야 된다 생각했다.

그 와중에 나를 위한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친구의 '너를 위한 선물은 뭐야?'이 질문 끝에...

난... 대답을 못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직업및적성 상담후에 느낀건

지금까지 해온 나의 업무가 내 성향에 맞기에 더 개발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 나를 의심하며 일하고 제대로 업무 지식을 쌓지 못하여 업무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남을 '너무','과도하게' 배려하며 살아가지 말아야 됨을 느꼈고

남을 '너무', '과도하게' 신경쓰며 살면 안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버리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어제 아이와 놀이터에서 노는데

그네에 아이들이 갑자기 많이 몰렸다.

순서를 기다려서 타게 되었고

아이가 잠깐 물건을 놓고 오는 상황에서

그네자리를 빼앗길 상황이 왔었다.

아이에게 자리를 비우지 말것을 당부했는데 아이는 물건을 두고오는게 급했나보다.

2초 탔는데 자리를 빼앗길 상황이 되어 내가 잠시 맡고 자리차지한 아이에게 아이가 아직 못탔다고

얘기한후 탄후 양보하겠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아이는 긴장했다.

4~5명이 그네타려고 둘러 쌓여있으니 초조해하고

1분도 못탔는데 마음이 불안해보였다.

그리고 3분도 못타고 자리를 양보했다.

그리고 다리를 꼬며 불안할때 나오는 틱같은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불안했었다.

아이들과 질서를 지키는 와중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했고

얼마나 타야 비켜줘야 맞을까 고민하며 아이를 밀어주었다.

즐기지 못하였다.


좀 과한 배려들과 행동들이였다.

아이의 마음은 나의 감정을 먹고 자라는것 같다.


내가 온전히 서야 아이도 제대로된 감정을 배우는것 같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지방에 사는 친구네 들릴 계획을 좀 마무리하고

재무관련 책도 잠깐 보고

꽂아두러 가는데... 관심있는 미니멀 책이 보여서 집어들고

또 지나가는 길에 나를 돌보라는 책들이 눈에 보여서 집어들었다.


대략 목차와 초입부를 읽어보았는데..

아.. 너무 좋다.


이게 내 선물이겠다 싶었다.

지금 쉬는 기간.. 한달은.. 아니 몇개월 몇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이 시간 나를 돌보자.. 내가 행복해하고 힘날것 같은 이 일들을 해보자..


현진아 이게 네 선물이야.

도서관에 주구장창 있어도 괜찮아

밥 미리 안해두어도 괜찮아 밥 반찬 사거나 그럼 되지

지금 그냥 쉬어도 괜찮아 다시 일 시작할꺼잖아

지금 이대로 괜찮아 이기적이여도 돼..

그 이기적임이.. 너에게 힘이 될것 같고 가족에게도 힘이 될것 같아.


* 지금의 실업 상황을 재촉하지 않는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도서관에 데려다주고 내가 운동 일찍 가는날은 아이를 등원시켜주고..

나에게 아침밥도 차려주기도 하는 남편..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기억할께요 남편. 고마워요.

난 오빠가 실직비슷한 상황일때 재촉했는데.. 미안하고..

많이 많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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