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주세요. 30억 쓰겠습니다.

멈춰 선 수입선을 정공법으로 뚫기까지, 147일의 기록

by 왕감자감자

다시 시작된 수입, 예상 못한 제동


"이제 납기만 맞추면 되겠네요?”
사무실에선 조심스럽게 안도의 말이 흘렀다.
중국 공장이 돌아갔고, 출항도 재개됐다.

C제품군 수급 계획도 정상 궤도로 올라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렇게 믿었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






반복되는 트집, 커지는 보관료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통관보류

보류 사유는 매번 달랐다.

어느 날은 단위,
어느 날은 라벨 표기,
어느 날은 품목 분류.



“그런데 이거, 우리 5년 넘게 수입하던 거예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포워더와 전화를 붙잡았다.


중국 공장에 요청해 제조 목적,

공정 흐름도를 모두 끌어오고,

국문 번역도 새로 했다.


세관 통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졌다.

“이번 건만 예외 처리해 드릴게요.”
처음 들었을 땐 고마웠다.


결국, 세 번째 이슈를 처리하고

예외 통관이라는 말을들었을 땐,

웃음이 안 나왔다.


그리고 어느 날,

포워더로부터 보관료 청구서가 도착했다.

“항구에 한 달 넘게 묶인 제품인데요.

수십 카턴이라 비용이…”

회사는 패닉이었다.

납기 일정은 맞춰야 했고,

거래처는 수입재개에 기대했지만

전례 없는 지연에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내용이 이슈화되었고

필요하면 법무팀 동원해서라도

해결을 하라는 지시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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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30억을 태우다



그즈음 우리는,
옵션별 인증을 강요받고 있었다.

제품은 이미 정식 인증을 받은 모델.


그런데 ‘옵션이 다르면 인증도 따로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었다.


색상, 길이, 형태 등.
모델당 가능한 옵션이 300개가 넘었다.
우리는 그런 모델을 10개 수입하고 있었다.


잦은 통관 이슈가 반복되던

4개월째 되던 어느 날,

똑같은 이슈로 또 통관에 걸렸다.

나는 또 세관에 전화를 걸었다.


“해당 제품은 수년간 동일하게

수입된 물품입니다.
제품 사양도, 인증도 변경된 사항 없습니다."

매번 나도 같은 말을 했고

세관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고

정공법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옵션별로 전부 인증이 필요하다면
그게 공식 입장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10가지 모델을 수입하는데

이거 옵션까지 하면 300개씩

총 3천 가지입니다


수입에 문제가 없으려면

3천 가지 전부 인증받겠습니다.

인증비가 개당 100만 원이니깐

30억이면 되겠네요


모든 사양의 국내 인증이

공식 입장이라면,
공문 주세요.
3,000개 전부 인증받겠습니다.


그 기준이 맞다면,

업계 전체에 이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 상대방은 조용했다.


총 3,000가지
인증 하나에 약 100만 원.
인증비만 30억 원.


홧김에 한 말이었고

사고를 터트렸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먼저 전화를 걸었다.


“공문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인증이 안 되면 수입도 못 할 텐데

예외로 통관이 아닌

정식으로 통관을 해야

저희도 사업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어서요”


그날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세관 담당자의 상급자였다.


“죄송합니다.
내부 해석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식 통관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 통화 한 번으로

4개월 넘게 발생하였던

수입 이슈가 해결되었다.


첫 통관 이슈부터

딱 147일째 되던 날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건 내가 뭘 잘해서 된 것도 아니고,
누굴 설득해서 이겨낸 것도 아니다.

그냥,
“공식이라면 공정하게 적용해 달라.”
그 말 하나였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규정은 늘 애매했고, 해석은 사람을 탔다.


그날 이후
내 책상 위에는 우리 제품의 인증서 사본과
수입 조항 복사본이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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