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으신가요?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32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삼십 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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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나 자존감을 위한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인 것은 맞는 듯하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그리 쉬웠다면 수많은 콘텐츠들이 무수히 나왔을 리 만무하고, 내가 20대를 거의 날린 시점에서 자존감이 무엇인지 나만의 생각을 이제야 적어내는 건 자존감이 그만큼 만만치 않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남을 사랑하거나 배려하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보다 쉽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건 스스로 납득이 안 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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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와 남들 앞에서 발표 혹은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떨리고 앞이 안 보이고 식은땀이 나온다. 사람들이 간혹 착각하는 것이 자존감이 생기면 이런 일이 금방 극복되는 줄 알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곧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그런다라 착각한다. 자존감을 높이면 나를 사랑하기에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그리고 삶 또한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걸로 생각한다.


사실 나도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어느 순간 흥행해서 제대로 파악을 못했고, 예전 심리학 서적들을 들춰봐도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오질 않는다. 누가 유행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이제는 당당히 심리학에서도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조금 신중히 다뤄야 할 부분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이라는 개념보다는 학계에선 비슷하나마 자기 효능감이라는 개념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고 엄밀히 따지면 둘의 정의는 다른 것이다.


혹시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자존감의 정의는 나의 사견이 들어가는 분석이기에 필터를 요한다. 왜냐하면 사전을 안 찾아보고 그냥 느낌을 쓰는 거라서...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기를 존중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뜻한다. 반면 자기 효능감은 자기 자신이 특정 수행에 대한 능력이나 통제의 믿음을 뜻한다. 딱 봐도 뉘앙스가 다르다. 자기 효능감이 마르고 닳도록 학계에서 사용되어 온 것도 행동에 대해 그 사람이 보고하는 것과 객관적인 관찰과 측정이 쉬워서 편하기도 하고 이것만큼 흔히 인식되는 자신감을 대표하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고 또 이를 명확히 하기에는 애매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잘된 일이면 자존감이고 안 좋으면 자존감 하락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렇다. 근데 내가 관련 논문을 찾고 읽어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그동안 책들을 읽다가 느낀 점 한정으로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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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효능감은 서술했듯 특정상황에 대한 능력과 통제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그냥 상황이 아닌 "특정"상황이다. 즉 자기 효능감이 한 부분에서 길러졌다고 모든 부분을 커버하는 뜻은 아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재주가 좋아도 정작 영어공부에 대한 효능감은 낮을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효능감이 증대되다 보면 다른 부분까지 전염 내지는 전파될 수는 있는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국가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떡 하니 받고나서 방송에서 불러주니 아무 말도 못하고 부끄럼이 많고 소심해 보이는 모습과 같은 이치랄까?


자존감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자존감이 모든 상황과 개인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존감은 결과에 따른 보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즉 자존감을 가져서 사람들 앞에 공연을 한다거나, 삶은 풍요롭게 살거나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려 하고, 성공을 했기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 오늘의 핵심이다. 아니 애초에 심리학 서적에서도 기존의 효능감 증진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내가 이뤄냈기에 내가 이걸 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진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키운다는 것과 자존감으로 인해 성공했다는 말은 따지고 보면 틀리다. 자존감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존감에 집착하면 어느 순간 키웠다고 생각했으나 나도 모르게 여전히 불안하거나 실컷 키워놨다 생각했더니 무대에 서보니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을 보면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격려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자존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자존감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본인의 영역보다 힘든 것을 억지로 도전한다거나,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존감이 있으니 할 수 있다는 피상적인 생각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보이는 좋아 보이는 현상들이 단일요소가 원인이 되어 결과로 나왔다는 것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성공이나 달성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거니와 그리고 딱 보기에도 더 고차원적으로 보이는 자기 사랑이나 격려 혹은 자존감은 더더욱 복잡 미묘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기를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다. 모든 상황에 맞는 듯 한 내적요인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모든 것을 커버하기에도 힘들고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는 암덩어리처럼 모든 부분이 문제가 되어버리는 경직적인 과정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위태롭지 않다. 크게 본다면 내가 엄두가 안 난다. "저걸 어떻게 떡 하니 만들지?"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큰 것이 작은 것들이 오밀조밀 쌓여 이뤄진 것을 보니 이제야 작은 것들을 키워나가면 큰 것도 이뤄질 수 있단 생각에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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