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4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사십 이 번째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시청했다. 조금은 암울한 주제였다. 지방 소멸화에 관한 담론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언제는 뭐 서울 공화국이 아니었나 싶지만 갈수록 수도권 편중화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 프로지방러인 나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담론에 대해 예전에는 각자가 하기 나름이라곤 하지만 어느 정도 사기가 붙을 만한 현상이 있어야 얼씨구나! 할 텐데 떨어뜨리는 것들만 쏟아지니 안타깝기만 하다.
과거 같은 학교에 있던 지인 중 하나가 서울로 올라갈 고민을 토로한 적 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도 상경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생각은 변함없다. 나도 여건만 있으면 바로 뜨는(위선자!)... 엄.. 뜨고 싶다. 그건 당연하다. 모든 양질의 인프라가 서울에 편중되어 있으니 재산이 있으면 그쪽으로 몰려가 숟가락 얹고 싶은 마음은 맞다.
다만, 한 가지. 그 누군가는 지금의 팍팍한 생활이 서울에 가면 어떤 것을 즐길 수 있고 구경할 수 있고 기타 등등 문화적 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흔히 서울 로망의 레퍼토리를 말한다. 근데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여기서도 즐기지를 못하는데 서울 가서 과연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20대 초중반에도 그랬고 지금 누군가에게도 나의 뇌피셜을 털어놓을 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단편적인 시선에서 서울에 가면 만사가 풀릴 것 같은 이야기를 한다. 기회의 땅이면서 거기 가면 취업도 잘될 줄 아는 그런 생각들. 그 문화적 무형 자산의 인프라가 과연 일상에서 매일 즐길 만큼 본인이 활동적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공짜란 없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건 당연한 것이며 그 치열한 현장에서 얼마만큼 적응하느냐도 변수에 포함될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온 누군가는 지옥철을 경험하지 않아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서울이든 지방생활이든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잠재적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본인부터 자기가 밟고 있는 땅에서 적응하기 나름이며, 떠날 순 있으나 가서 내가 획기적으로 변하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후자는 무시하고 전자에만 몰빵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공화국의 영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은 또래와 인간교류의 장 때문에 그렇다. 갈수록 지방에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더더욱 사라지고 있고 만나는 사람에 대한 파이가 절대적으로 작아지다 보니 확 체감하게 된다. 치열한 것은 동시에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어떻게 보면 머리가 지끈하고 아파질 수도 있지만 대단히 격렬한 현장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런 에너지를 맛보고 싶은 건 2030대 청춘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다행히 현대 사회의 이점 중 하나로 인터넷으로 나의 의견을 표출하고 혹은 나만의 영역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관계적 교류의 현장을 느끼고자 하는 건 욕심인 걸까?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은 그나마 덜하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쪽은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니 누가 봐도 서울 공화국이라고 욕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당연하지만 무인도를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