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5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오십 오 번째
1년 전, 내가 한 가지 놀랐던 것은 다른 이의 집들이를 갔는 데 거실에 TV가 없다는 점이었다. 집에 TV가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TV 모니터가 없는 것도 있지만 셋톱박스를 비롯한 방송 채널을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 요즘에는 유튜브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또 OTT에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공중파나 다른 채널 볼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마치 삶의 양식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하는 한 복판에 서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가면 역시나 TV 모니터 자체도 없다. 혼자 사는 내 또래들은 그냥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면 되는 이유가 컸다, 또는 요즘에는 빔 프로젝터로 연결해서 벽에만 비추기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그걸 더 선호하는 경우를 보았다.
OTT의 여러 플랫폼들과 유튜브가 이제는 과거 공중파의 위상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또래 한정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이런 플랫폼들을 즐기려면 예전처럼 TV 수신료를 내 듯이 구독료를 달마다 결제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플랫폼마다 다르고 다른 분야의 플랫폼들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라 숨쉬기만 하면 구독료가 우르르 빠져나간다. 딱 떼 놓고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만원 그리고 몇천 원? 에이 뭐 구독하지 뭐~" 그런데 이게 한 두 개가 아닌지라 쌓이고 쌓이면 십만 단위는 우습게 빠져나간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경우도 배송과 기타 혜택을 이유로 구독제로 돌리고 있으며 음식 배달시키는 어플도 구독제다. 이러한 구독경제 시스템이 잘 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맹점이 바로 위의 사례처럼 내가 이용하든 안 하든 그들은 착실히 달마다 돈을 수거해 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구매해서 그것을 완전히 갖는 소유권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잠깐 빌리다 다시 주는 렌탈 개념처럼 바뀌어 있다. 하루에도 내 눈 앞에 쏟아지는 여러 정보들과 편리한 그 무언가가 등장하면 그것을 제공해 주는 플랫폼을 유료로 구독한다. 내가 이제 쓰지 않으면 구독을 취소하고 더 이상 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순간의 감정으로 구독하고 단순히 귀찮음이란 감정과 함께 매달마다 빠져나가는 돈을 "언젠가는 쓸 수도"라는 마음으로 보류하기도 한다.
나도 줄이고 줄여 몇 개 만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다 합쳐보니 10만 원 가까이가 되는 것 같았다. 이미 눈과 귀를 혼동하게 하는, 예를 들어 19,900원과 20,000원은 100원 차이임에도 100원 차이로 하기에는 인식에서 다르게 느껴진다. 1로 시작하거나 2로 시작하기 때문에 나머지 숫자들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19,900원으로 구입하다 치면 1만 얼마 나간다고 퉁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는 2만 원이 나간 셈이지만. 그래서 구독료를 여기저기 살펴보면 나머지 숫자가 9일 경우 첫자리 숫자에 착각하고 내 주머니에서 얼마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디서 구독했는지도 모르는 구독료가 빠져나감에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참 우습게도 한 달에 커피 한 잔 가격밖에 안 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당신은 커피라도 마실 수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한 달이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