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5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오십 사번째
큰 바람이 올해 마무리 되었다. 수능. 이 날만큼 울고 웃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많은 날은 없을 것이다. 원래 수능 때는 진짜 똘똘 싸매고 시험장소에 갔었는데 진짜 9월같은 날씨에 수능을 맞이 해 보긴 처음이다. 그래서 겨울이 겨울같지 않은 11월에서, 누군가의 누군가가 엮여 있을 큰 이벤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학력고사 누군가는 수능 시절로 나뉘어지지만 시험 자체의 떨림, 무엇보다 공부강요 사회에서의 해방감은 너무나 행복했을 것이다.
나는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 데 한국사, 세계사 빼고 다 성적이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상의학 태음인처럼 성적만 보면 외길인생 문돌이 체질(?)이였던 것이다. 문돌이는 어쩌다 도중에 바꾸어서 다시 심리학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쩌다 어쩌다 30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반의 1등이 전교 1등의 엄친아였는데 걔는 서울대 법대를 지원했고 꿈은 검사였다.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일단 수험생 할인을 바싹 땡긴다. 수능을 안보는 친구들도 이러한 어드밴티지를 적극 활용하는 날이다. 문득 보던 안보던 수능 년생을 동일하게 적용시켜주는 것이 뭔가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아직도 기억한다. 시험장을 나오고 나서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과 해방감을 동반한 허탈감.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왔다가 이제 다시 모여 산탄총의 총알 처럼 다시 흩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누구는 서울대 누구는 연고대 누구는 어디로 누구는 지방대 등등. 뭔가 함께 좋든 싫든 같이 지냈던 또래들이 각자 도생으로 흩어지는 것이 두려웠던 감정이 그때 당시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적도 변변치 않은 내가 내일 일도 모르는데 성적표를 받아들고 끝까지 입시에 완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기에서 레이스를 마친 어떤 얘들은 책상에 엎드려 하루종일 잔다.
한 가지 뇌피셜 그리고 지극히 편향적인 시각을 담아,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면 내가 지금까지 만난 2030대의 또래들 중 엄청난 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에서는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가 마련되어 있고 그들의 과거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짚고 싶은 것은 수능에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끔 들리는 이제 시작을 바라보는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뉴스를 접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에서야 보니 공간적인 개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수능은 단순히 하나의 공간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 그 공간은 정말 무수히도 많다. 이 말은 즉슨 자기가 어떤 공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치가 각자마다 달라지고 우열을 가리는 건 우습게도 실력 때문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이밍과 운이 요구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꼴찌가 항상 꼴찌도 아니다.
다만 그건 있다. 어느정도 성적이 되는 친구들은 공부와 마치 물아일체가 된 듯한 그런 소중한 습관이 있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어쩌면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그런 성실성이 어릴 적 구축해놓은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에서야 실컷 놀다가 이제야 개발하려하니 힘든데 여튼 성공은 공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나의 행동,사고관,가치관에 크게 좌우된다. 본질은 공부에 있지 않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