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5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오십 육번째
아직 내복을 입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11월 중순에 처음 들었다. 어린 시절만 해도 또래들이 "무슨 놈의 내복이야~"라고 고고한 척(?)을 했었는데 나는 그럼에도 내복을 입고 다녔다. 그야 무진장 추우니까. 더위도 잘타고 추위도 잘 타고 그런다. 여튼 밖에 잠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그런 결심아닌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날씨가 작년하고 확연히 다른 것 같다. 각설하고 시간을 보내던 도중 무언가 진득~하게 한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듯 더위가 오면 당연히 추위가 찾아 오지만, 여전히 오지 않는 추위가 아리송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여러 행동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내 계획과 상식 선에서 어느정도 각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상 기후처럼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결과 중심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납득이 안 가고 이때 쯤 되어야 내가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보면 끈기인데, 끈기도 제각각이고 다른 이의 끈기는 누군가의 부러움이고 나에게는 전혀 아닌 것으로 인식 될 수도 있다. 결과를 바라보지않고(당연히 어느정도 바라보지만) 무언가를 계속 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노라면 그런 차이에 스스로 만족해야 하지만 어느새 더 큰 이상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
당신은 누군가의 끈기를 부러워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당신이 그 무엇도 아닌 것이라 여기는 그것을 부러워 할 수 있다. 가시적이지않고 어떤 사람 자체의 능력이나 환산 할 수 없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신성하기 까지 한 셈이다. 그것만이 당신을 계속 빚어내고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과정 자체가 "하하호호 재미나다"만을 외칠 수도 없다.
과정은 때론 고통을 수반하고, 하기 싫어도 하는 경우가 무수하니까.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서로 부러워하는 것을 보고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 생각했는 데 그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나만이 알 수 있으나 어찌되었든 보이는 행동 그리고 이어지는 과정속에서 튀어나오는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것이 마치 대단한 듯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신화"는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이 어디까지 격상될 수 있는지 혹은 어디까지 얕잡아 보일 수 있는지 착각하게 만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여기는 행동이 남에게는 천박하다고 여기는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억울 해 하지만, 안타깝지만 남은 나를 공개된 장소에서 나의 행동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외적으로 내적으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라는 생각에 방점을 찍어본다. 외적으로는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라는 것이고 내적으론 나의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나의 능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겸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오만함이나 콧대높은 판단일 수 있다. 나의 능력을 칭찬해줘야 곳간에서 인심나듯 나도 나를 보다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