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65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오십 사 번째
유럽의 중세시대 어느 무렵, 농노로 살고 있는 "존"은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호밀 농사 풍작을 위해서 어제도 교회에서 열심히 기도드렸다. 다가올 추수일에는 얼마나 기쁨으로 거둘지 상상해 본다. 이웃집 리처드는 하루 종일 양들하고 싸우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풀을 가만히 좀 뜯어먹었으면 좋겠는데 그걸 못 참고 정신 나간 양 한 마리가 계속 무리를 이탈해 다른 곳에서 먹으려 하니 막대기로 밀어 넣고 다시 나오기를 씨름하고 있다.
메리는 지난밤 헛간에 뱀이 나왔다고 동물이고 사람이고 놀라서 대신 나가서 바구니로 때려잡는 놀라운 스킬을 보여주었다. 가끔 추파를 던지는 남정네가 있는데, 문제는 이 인간이 술만 마시면 똑같은 멘트로 고백하려 한다는 것이다. 고백하는 법을 모르는 이 남자의 얼굴을 바구니로 뭉개버릴까 하는 상상을 하지만 추수일에 맞추어 좋은 짝이 생기리라 기대하며 기도드렸다.
농노들은 하층민이었기 때문에 고된 삶을 살았지만 아시아의 일반 농민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자유민과 노예의 중간개념에 속해, 영지에 종속되어 있으며 영지의 주인인 영주에게 복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초야권이라고 해서 영주가 농노들끼리 결혼을 한 첫날 밤에 신부와의 잠자리를 강탈하는 충격적인 썰은 허구다. 농노에겐 이주나 이동의 개념이 없을뿐더러 재산을 일부 바치고 영주에게서 보호받을 권리와 영지 내 시설(제분소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농노가 만약 도망치거나 하극상을 벌이면 물론 매체에서 접하듯 끔찍한 처벌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노동력 상실은 곧 영주 자신의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아 골치가 아파졌다. 노예와의 중요한 차이는 농노는 사람으로 취급했고 말 그대로 땅과 함께 속한 인력의 개념이었다. 그래서 중앙집권적인 국가 형태가 아닌 이상에서야 퍼즐처럼 나누어진 영지들을 다스리던 수많은 영주들은 땅이 넓으면 그것대로 고민했어야 했고 농노들이 웬만하면 고분고분 살아있어야만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었다.
인력이 동시에 따라주지 않으면 사실 상 빈 땅이나 가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데리고 있는 인력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땅이 적은 다른 영주들과 차이가 없어 땅을 사고팔고 혹은 농노를 보충하지 않는 이상에서야 농노 한 명에게 부가되는 노동량이 많아짐에 따라 통제력이 약화되거나 불만을 표출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번영하는 어느 도시들이 등장한다 치면 농노는 불법 탈주를 하서라도 1년 1일간 도망쳐 숨어있으면 영주는 그를 풀어줘야 하는 법적인 장치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흑사병이 터지자 인구가 급감해 농노의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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