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여정 프롤로그
[소설] 빛의 여정 1화 프롤로그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하찮은 육신으로 내 직접 듣고 본 것을 기록하노니, 읽는 자에게는 지혜가 있으라. 나의 조상에 조상을 넘어 까마득한 예전의 일들을 내가 전해 들었다. 그분께서 내게 창세의 연대를 말씀해주시더라.
유일한 존재가 피조물들을 만드셨다. 땅에서 초목이 솟게 하시고 하늘에서는 비를 내리게 해주시니 만물이 번성하더라. 동물 중 으뜸을 만드시고 그들을 인간이라 칭하시니, 친히 자신의 자녀가 되게 하셨다. 허나 이들이 방생으로 말미암아 아무것도 모르니 자신의 권능을 떼어 두 아들을 만드셨다. 두 아들은 각각 선과 악을 담당하여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케 하니 그제서야 그들이 순종하더라.
장미가 어찌 선을 알고 해바라기가 어찌 악을 알겠느냐 오직 인간을 위해 준비하신 아들들이라. 그러나 무한한 시간 앞에 속절없이 유일한 존재께서도 힘을 다하시고 그의 장자인 선을 관장하는 피데라께서 자리하시니, 곧 질투가 난 악을 관장하는 말로트가 제 형에 반기를 들더라.
그렇게 영겁의 전쟁이 시작되고 감히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성년이 될 무렵에 하늘에서 거대한 파동과 함께 빛이 찬란히 깨져 그 조각들이 밤낮없이 떨어졌고, 밤에는 별똥별들이 되어 내리더라. 땅의 자녀들이 빛나는 낮과 밤을 좋아했으나, 알고보니 피데라께서 패배하시고 온 몸이 깨져 땅으로 내리 꽂히신 채 천상의 왕좌에서 쫓겨 나신 것이라.
이 사실은 피데라께서 내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주시니 내가 적었노라. 하지만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대륙에 흩어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평안이 있을지어다. - 익명의 선지자의 글 중-
내가 목격한 것이 맞다면 그들은 악만 남은 채로 서로 창칼을 부딪히며 싸우고 있었다. 죽음의 기로에서 자기가 죽든 말든 그들의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인지 아니면 믿고있는 신을 위해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했다. 불꽃이 튀기고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며 밑에서 올라오는 피비린내는 분명 인간 스스로 만든 아수라장이였다. 갑주를 벗어던지고 적을 향해 달려가는 자들, 창대가 부러져 온몸으로 덮쳐 흡혈귀마냥 입으로 물어뜯으려는 자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들. 신의 자녀들, 인간들로 넘쳐나는 곳에서 신성모독의 현장을 보았다.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자들, 화살이 눈에 박혀 괴로워하는 자들. 이 끔찍한 광경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일까? 산 자들의 아수라장, 불구가 된 자들의 지옥판. 서로의 함성과 몸과 몸이 부딪히는 굉음 때문에 그 어느것도 제대로 들리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려 할 나 기마병 한 명이 창을 꼬아쥔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