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빛의 여정 2화
왕좌를 빼앗긴 신은 권능도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들의 창검앞에 몸이 조각나 천상의 절벽에서 떨어진 피데라는 빛으로써 떨어져 내렸다. 조각들이 떨어지던 백야의 시간까지만 해도 인간들의 삶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렇게까지 혹독한 삶을 살아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산산히 부서진 몸이 모두 떨어지고 다시 낮과 밤이 시작될 무렵에 세상이 급변하게 되었음을 모든 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체감했으리라.
첫 징조로 대륙 서쪽의 왕국인 "아보테"의 수도 "디고"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은 "아보"라는 정령체를 숭배하고 있었으며, 아보는 아보테의 질서유지와 자연의 흐름에 순응을 독려하는 가르침을 주고 있었는데 그들의 교리에 따르면 아보는 "두번째 오는 자가 아보의 대행자시니 그와 함께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 아보 교단에 백야의 시간이 끝나고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날 밤 수도인 디고의 신전에서 왕과 왕비 그리고 수행원과 귀족들이 참여한, 대주교가 집전하는 저녁예배는 항상 그렇듯이 아보의 말씀을 읊어주고 그 가르침을 풀어주며 거룩하신 왕과 왕비에게 세세토록 무궁한 통치가 있음을 축복하는 자리였다. 신전 경비병과 친위대들은 대주교가 경전을 한 구절 읽을 때마다 그들의 눈꺼풀도 한 번씩 덮였고 다시 눈치껏 정신 차리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달이 그토록 크게 찼던 밤이였을까? 소란이랄것도 없었다. 다만 어떻게 수도 안으로 들어와서 그것도 몇개의 거리를 건너, 검문소를 건너고 언덕으로 올라가 신전을 에워싼 돌성벽을 통과해 신전 정문에 이르렀는지가 그토록 미스테리한 것이었다. 대주교가 한참 가르침을 설교하고 있을 무렵 문틈으로 달빛이 점차 커져감으로 느끼고 이윽고 자신의 정 반대편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무리의 신발굽 소리를 들었다.
수십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신전의 정문을 열어 젖히고 들이 닥쳤다. 경비대와 친위대는 갑작스런 인기척과 입장에 동공이 확장되며 곧바로 무기를 겨누고 그들을 에워쌌다. 예배를 보던 군중은 앉은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았고 찰나의 순간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진듯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깬 건 친위대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였다.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라는 친위대장의 질문에 검은옷의 무리 중 그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중 한 명만이 손가락으로 대주교를 가리키고 있었다.
대주교에 무례한 손짓을 한 것에 분노한 신전 경비병이 할버드를 다시 겨누기가 무섭게 무리 중 가운데 있는 자가 마치 용광로가 달아오르듯 검고 붉은 빛으로 온몸이 감싸지며 말하였다.
"내가 아보니라"
그러나 몇 십년동안 신자들의 헛소리를 들어 익숙했던 대주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꾸짖으며 "이 망령아 정체가 무엇이냐"라고 외치자, 아보라고 주장하는 검고 붉은 빛의 사내가 말하길
"첫째로 오는 자는 혹세무민하는 자요, 둘째로 오는 자는 진실이라 하지 않았더냐? 너희는 아직도 나를 몰라 보겠느냐?"
대주교는 그 말을 듣고 자신들의 경전을 인용하는 사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대주교는 생각했다. 첫째로 온 자는 백야의 시간을 만들어 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교도들의 신 피데라. 둘째로 오는 자는 아보의 대행자...우리들의 신.
그런데 그가 생각을 하든 말든 신전 전체가 하나의 장막으로 변하듯 검붉은 색과 칠흑의 공기로 사방이 뒤덮여졌다.
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