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1장 불씨 운반자
[소설] 빛의 여정 9화 / 1장 불씨 운반자
"몇 명이나 죽었나?"
"총 6명이 죽었습니다. 출혈이 심해 지혈을 했지만 무리였습니다."
불씨 운반자의 호위대장이 불씨 운반자에게 대답했다. 불씨 운반자이자 아보 교단의 사제였던 네이즈는 방금 전 피 튀기는 광경을 보았으면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마냥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호위대장의 칼에는 피가 흘렀지만 그 상대는 쓰러지지 않고 도망을 갔다. 밤 늦게 크리네스를 향해 달리던 불씨 운반자 일행이 순식간에 핏빛 늑대의 야습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네이즈는 핏빛 늑대의 악명을 알고 있었지만 호위병들이 있기에 무엇이든 상관없으리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그네움이 열렬히 타고있는 와중에 뿜어내는 빛을 어느 맹수라도 감당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본국에서 본부를 거쳐 무난하게 가고 있는 중이었다. 도적떼는 베테랑 호위병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도 겁이 없었다.
그런데 여러 마리도 아닌 오직 한 마리가 20명 가량 되는 일행을 덮친다는 것은 동물의 본능적인 판단을 거스르는 무모한 공격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오더니 호위병의 목을 물어 뜯으며 공격을 시작한 핏빛 늑대는 연이어서 병사들의 목 만을 노려 뛰어다니며 공격했다. 말들은 기겁해서 앞 발을 들어올렸다. 또한 갑작스레 찾아온 피비린내때문에 말들이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마부는 순간의 공격에 놀라 방향을 틀어 멈추는 바람에 뒤의 짐들이 일부 쏟아졌다. 마차 뒤를 따라오던 호위병들도 같이 놀라다가 횃불을 놓쳤다. 한 순간에 모두가 혼란에 빠졌으나 공격한 생물이 핏빛 늑대임을 알고 큰소리로 모이라는 호령이 들리자 네이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모이며 반격을 가했다.
허나 이 와중에도 창 날과 칼 날이 박혀가면서도 기어코 한 명의 목을 뜯어버린 핏빛 늑대가 더 이상 무리라고 판단했는 지 괴물같은 속도로 다시 어둠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신병인 호위병 한 명은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이 사라지지 않은 채 숨만을 헐떡이고 도끼창(할버드)을 들고 있었다. 사태가 진정되고 수습하니 3분의 1의 인원이 단 한 마리에게 10분도 넘어가지도 않은 시점에서 목숨을 잃어 버렸다.
네이즈가 사망한 인원에 대한 호위대장의 답을 듣고 나서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 표정을 보던 호위대장은 무서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일 있을 수여식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심기를 걱정한 호위대장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면 마차 짐을 조금 빼서 마차에..."
네이즈는 호위대장의 배려에 손을 들며 그의 입을 멈추게 했다.
"여기서 쉬려 했으나, 저 괴물이 또 나타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군. 일단 다시 가야해."
쓰러진 동료들을 주변 땅 중에 그나마 움푹 파인 곳에 몰아 넣고 짧게나마 명복을 빌었다.
살아남은 호위병들은 짐을 다시 싣고, 꺼진 횃불을 키며 말에 올랐다. 이그네움을 실은 마차도 다시 방향을 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그네움의 불빛과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야수가 있다니, 호위병들끼리 소곤거리고, 호위대장도 침묵한 채 의구심을 품었다. 달이 하늘의 정중앙에 걸쳐 있을 무렵에서야 이동을 멈추고 야영지를 만들었다. 호위대장은 부대장이 마차의 짐과 인원에 대한 보고를 마친 후 각자의 시간을 가질 무렵, 궁금해졌다.
교단에서 지정한 저 작자가 임무를 위해 처음 같이 가게 될 그에게 말을 했을 때, 평소와 다른 경로와 장소로 이동하게 될 것임을 일러주었다. 문제는 그곳이 마을도 아니고 도시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 수많은 불씨 운반자를 보조하고 호위하며 따라다니면서 호위대는 항상 같은 경로와 장소로 규칙적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호위대가 대륙을 돌아다니며 탐험과 도전이 기다리는 여행을 하리라 생각하지만 터무니 없는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정체 때문인지 개인적 차원에서 교단을 잠시 들르려는 모양인가 싶었다. 머릿 속에서 궁금한 점들만 계속 몰려와 이만 잘라내고 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그네움의 불빛 아래에서.
반면 네이즈는 아직 잠을 청하지 않았다. 다만 타는 장작을 바라 보면서 깊은 생각에 또 다시 잠긴 듯 했다. 장작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열풍이 바람과 함께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정신이 조금 차려졌는지 자기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의 왼손에는 가죽으로 돌돌 말린 물건이 들려 있었다. 오른손으로 말려있던 가죽을 피자, 사람 손 만한 이그네움 조각이 나왔다. 마차에도 이미 본국에서 만들어진 이그네움이 한 가득 실려있었으나 오직 그의 눈에는 손에 든 이그네움만 보일 뿐이었다. 교단이 그에게 새로운 임무를 전해주었다. 이그네움과 함께.
10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토요일 연재. 소설의 진도와 열정(?)때문에 추가 연재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