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21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21화 / 2장(우연인가 운명인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21화 / 2장(우연인가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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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강 줄기가 어디로 흐르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폭포에서 내리는 맑고 역동적인 액체를 따라 가보라. 주어진 흐름에 몸을 맡겨 가던 강물도 우연의 소산으로 옆으로 갈라져 흘러 가거나 모래와 흙을 파고들며 점차 또 다른 길을 만들어 가게 된다.


네이즈는 돌을 줍고 나르는 사람들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음식이 맘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의 불평을 알아차린 건지 이동할 때 먹었던 빵과 물만이 주어졌던 식단에 더해, 마차 한 구석에서 호위병 한 명이 나무 통을 열고는 코를 찡그리며 소금에 잔뜩 절여놓은 대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얼굴에 직접적으로 맞는 염장 대구의 훈풍에 구토가 올라오려 했지만 그렇다고 이 통 안에다 할 수는 없어 참아야만 했다. 다른 한 명이 꺼내져 나오는 대구를 받아 통에 받아놓은 물에 대구를 씻기고 불렸다. 독한 짠내를 풀기 위해 시간을 잠시 들였다. 잠시후 사람들은 빵과 물 그리고 대구도 함께 받아가기 위한 줄들을 섰다. 그리고 실내 아무데나 앉아 다들 식사를 했다.


네이즈도 대구를 뜯어 먹으며 사제 8명과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센은 앉아서 선별해주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지 금새 게눈 감추듯 해치웠고 호위병에게 대구 한 마리를 다시 내오라고 명했다. 반면 로이딘은 시테온과 앉아서 코로 먹는 지 입으로 먹는 지 각자 딴 생각에 빠진 채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루네도 멀지 않은 곳에서 혼자서 먹으려 했던 모양이지만 그들을 발견하고 옆으로 이동해 앉았다. 세 명이 다시 모인 건 지난 불씨 수여식 때 이후로 처음이다. 약 3일전이었지만 3년처럼 느껴졌다.


"얼굴 보기도 힘들어, 아무리 바빠도 손 한 번 들어줘야 하지 않나?"

시테온이 농담을 던졌다. 루네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 몸이 바쁜 게 하루아침이야? 그나저나 다들 괜찮아?"

루네가 묻자 로이딘과 시테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로이딘이 말했다.

"일이 잔잔히 끝났으면 좋겠는데.. 루네. 시테온이 글세 쉽지 않을 것 같대"

루네의 눈이 살짝 커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시테온을 바라보았다. 시테온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대답했다.

"니가 앉은 곳에서는 안 보여, 나랑 로이딘쪽에선 보이거든? 여기 앞에 돌더미랑 지붕 더미 넘어로 안쪽에 신상들이 있어. 그들이 지켜보고 있단 말야."

주술사인 텝 오부자 지망생의 과도한 예민함이였던걸까? 루네는 그의 말이 마법이 이루어질 수 있단 장소로 어림 짐작 하며 물었다. 그러자 시테온이 답했다.


"마법도 그냥 마법이 아냐! 야, 막말로 입장바꿔서 개미들이 우리 집에서 깽판치는 데 인간인 우리가 가만히 있겠냐?" 로이딘은 그의 설명이 탁월하다며 박수를 칠 뻔 했다. 하지만 조용히 동의하는 것으로 그쳤다.

루네는 대지 위의 신의 거처를 건드리는 짓이 무모하다는 것을 시테온에게 들었고, 다시 이해하고 있었다.


잠시후 놓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다 지나가고, 식사를 어느정도 마친 모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 맡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네이즈는 어디 앉아 있으려 했지만 속이 무거운지 일어나 아까 기대었던 벽 근처로 가서 다시 등을 기대며 사람들을 멀찍이 바라보고 있었다. 데센을 비롯한 8명의 사제는 자리에 앉아, 가지고 오는 돌들을 선별해주었다. 네이즈의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그는 무료함을 달래려 무의식적으로 품 안에서, 가죽 안에 감싸졌던 이그네움 조각을 손으로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로이딘은 다시 선별을 받고 돌을 버리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시테온이 중앙으로 가까이 이동해 돌을 줍고 있는 바람에 그는 안쪽 구석 모퉁이에 쌓여있는 돌을 주우러 갔다. 천을 펼치고 아까 전에 시테온이 했던 말들로 인한 걱정을 잊기 위해서 정신없이 돌을 하나 둘씩 잡아가며 비우고 있었다. 무릎만한 돌더미는 로이딘이 한 번 다녀오자 이제는 발목 높이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주저 앉고 펼치고 줍고 또 줍고. 돌더미가 마침내 다 허물어지자 묻혀있던 신전의 돌바닥에 손이 닿았다. 짙은 회색의 돌 바닥은 흙과 파편 알갱이들에 쌓인 채 속살을 드러냈다. 그런데 로이딘은 눈에 무엇이라도 잠시 들어갔나 눈을 심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무언가 일렁이면서 미세하지만 빛이 나는 티끌들이 살짝 공중에 뜬 채로 보였기 때문이다. 흙과 돌 조각으로 손이 더러워진 로이딘은 팔뚝으로 이번엔 눈을 비벼봤다. 그리고 다시 바닥을 살폈더니 더 이상 일렁이지 않고 떠 있던 티끌또한 보이지 않았다. "어휴 뭔가 했네" 마음 속으로 놀란 가슴을 달래며 다시 바닥 근처 돌을 집으려고 할때 갑자기 로이딘의 표정이 변했다. 이번에는 아예 얼어붙어 버렸다. 그의 눈이 커졌고 그는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나의 아들 로이딘아,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에 꽂혀진 조각을 꺼내어 다오. "


빛을 뿜어내는 글자가 돌바닥에 마치 쓰여진 것처럼 나타나더니 일렁거렸다. 글을 읽을 줄 알았던 로이딘은 자신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등골이 서늘해졌고 머리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잘못 본게 아닌지 혹은 그는 뭐라도 튀어나올까봐 돌을 잡은 채로 그의 앞에 있는 돌바닥만을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 "무슨 귀신의 장난이야, 비명을 질러야 하나? 도움을 요청해야하나?!"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는 피데라다. 로이딘. 너를 위협하는 게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고 침착히 하거라"


글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바뀌며 일렁거렸다. 로이딘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지만 바닥을 한번 떨리는 손으로 훝으며 둘러 쌓인 흙들을 치워냈다. 그러자 글씨가 나타난 네모난 돌바닥 타일 오른쪽 하단 모서리 쪽에 금이 가 있어 돌바닥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로이딘은 갈라져 나온 돌바닥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들어올리며 바닥을 깠다. 이제 흙바닥에 보이는 틈은 서서히 빛을 뿜다가 로이딘에게 모습이 보이자 빛나지 않았다. 그간 돌에 눌려 단단해진 흙바닥을 로이딘은 근처 끝이 뾰족한 돌을 집어 금이 간 곳 주변을 파냈다. 조심스레 두 손가락으로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에게 나타난 메시지대로 주황색 빛의 반 투명한 수정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각은 손가락만한 길이와 둘레였는데 이제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알수 없었다. 그는 누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지 않은 지 이리저리 살피며 출발할 때 챙겼던 불쏘시개가 담긴 주머니에 조각을 넣었다. 그후 자기가 헤집어 놓은 바닥을 메꾸기 시작했고 돌바닥을 원 위치로 복귀시켰다. 조각을 줍고 잠시 기다렸지만 돌바닥에선 다시 글자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를 단순 마법이 아닐 까 생각한 그는 아무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가서 자신이 본 현상과 조각에 대해 시테온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 물어보자하며, 일단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입 다물고 평소처럼 행동하면 아무런 탈도 일어나지 않을 리라 로이딘은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기다렸단듯이 맞은 편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로이딘은 다시 깜짝 놀라며 생각없이 뒤를 돌았다.


"이봐! 거기? 내 앞으로 오도록!"

로이딘은 자신의 눈으로 등에 기댄 채 서 있는 네이즈가 왼손에 조각을 든 채 오른손 검지로 자신을 지목하고 있음을 보았다. 마치 불씨 수여식때 지목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그러나 표정은 그때와 달리 밝지 않아 보였다. 또한 그의 왼손에 있는 조각에선 빛이 깜빡깜빡 거리다가 환히 빛나고 있었다.



2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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