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상이 원하는 인재
세상이 원하는 다양한 인재상이 있다. T자형 인재, H형 인재, 융합형 인재, 르네상스형 인재 등 다양한 단어가 생산되고 있다. 나는 이 새로운 인재상을 뜻하는 말 모두를 동어반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자신의 분야를 깊이 알되 다른 분야에도 폭넓은 지식을 갖은 인재를 일컫는다. 더불어, 다방면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출뿐더러, 타 분야의 사람들과도 순조롭게 협업 가능한 인재를 말한다. 이 인재상들이 뜻하는 의미의 골자는 한 가지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분야를 두루 알아 통섭할 수 있는 인재가 되라는 것이다.
넓은 시각을 갖고 다방면으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효용이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가 되고 싶은가? 독서하면 된다.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분투하여 독서하면 된다. 한 지점을 깊게 파내려 가, 주변으로 확장시키는 독서를 하면 된다. 그리하면 자연스레 자신의 분야에서 범인을 상회하는 깊은 지식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인접 분야와의 교차를 통해 복합적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 그리하면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다각적 접근과 참신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진다. 즉, 다학제적 접근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학제적 접근이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총체적 협력 활동을 뜻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사회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이를 설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끼리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을 뜻한다. 물리학과 철학의 결합을 통해 과학적인 방법과 인문학적인 방법을 합칠 수도 있다. 나아가 기계, 공학, 화학, 의학, 정치, 법률, 사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복합적 시각에서도 접근 가능하다. 이렇듯,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조망한다면 그 문제의 실체에 대해 더욱 깊숙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에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관점이 구비되어 있다면, 언제든 다학제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역량을 가진 인재를 마다하는 회사가 있을까. 어떤 분야든 총체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그런 인재를 원한 것이 과연 오늘만의 일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이런 전인적인 인재를 원했다.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 말했다. 군자는 그 쓰임새가 한정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 가지 분야나 자신의 사고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넓게 알고 두루 알아 전체를 조망하는 인간이 되라는 말이었다.
세상에서 원하는 인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리고 그런 인재가 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독서다. 그것도 아주 진득이 파고들며, 앎의 깊이와 범위를 넓히는 슬로 리딩이 적격이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단, 한 단락을 세세히 파악해 나가는 방식에서 깊이와 넓이를 체득하고, 그 앎을 바탕으로 책 밖 세상에 적용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슬로 리딩은 ‘제대로 읽기’이며 ‘제대로 살기’와 동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