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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텍스트를 넘어서라(3)

3.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스승보다 제자가 뛰어남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고사성어 어울리는 사례가 많지 않다. 큰 스승 밑에서 큰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스승의 가르침만 받들다 보면 독창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구축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특히 더 심했다. 사제지간은 그 상하의 예가 엄격했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못할 정도로 스승을 존경했다. 경직된 풍조로 인해 후학이 윗대의 학문을 비판하거나, 반박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권위 의식이 독창적 이론과 견해가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한 것이다. 


 권위적인 환경 아래에서 독창적인 사상을 구축한 사람들을 보면 비주류였거나 파격적인 행보를 지닌 인물들 많았다. 그중 한 명이 원효 대사이다. 승려임에도 불구하고 술과 고기를 먹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다. 그는 중인지 속인인지 구분가지 않는 비승비속(非僧非俗)의 표본이었다. 원효 대사는 대다수의 승려들이 당나라로 불법을 공부하러 가는 풍조 속에 살았다. 그는 당나라로 유학을 가 스승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책을 읽고 정진하였다. 그의 공부는 성취가 있었다. 홀로 공부하여 자득해 일가를 이루었다. 그는 민중 불교의 근간이 되는 화쟁 사상을 제창하였고, 한국 불교의 핵심 사상이 되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자득’이다. 스스로 깨달아 얻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어느 정도 공부가 쌓여 내공이 붙으면 그다음부터는 자신의 머리만으로 사고하여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슬로 리딩은 사고력의 기초 체력을 길러준다. 독창성은 자신의 생각이다. 단어에 다양한 의미를 살피고, 문장의 함의를 궁리하고, 저자가 왜 저런 생각을 갖게 됐을까 의문을 갖는다. 읽어가며 질문하고, 자문하고 자답한다.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멈추어, 잠시 샛길로도 빠지며 그 부분을 샅샅이 찾아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이렇게 독서하면 빈틈없이 지식이 쌓이며 사고의 힘이 자란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이론과 방법, 사상들을 배워 사고의 토대를 흡수하며 생각의 근력을 키운다. 이렇게 키운 생각의 근력은 독창적 사고의 핵심이 된다. 책을 볼 때, 책의 이해에만 머물지 말라. 그 지식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새로운 깨달음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명창들도 그렇지 않은가. 스승에게 기예를 배우면 산속으로 들어가 폭포 소리와 싸우며 독공(獨功)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맹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소목장이다 대목수, 수레바퀴공, 수레 거푸집 장인과 같은 명장들도 후학들에게 곡척의 원칙을 가르쳐 줄 수는 있으나, 명장의 솜씨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자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서가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독서가 무르익으면 우리 또한 자신만의 본질, 특성이라 할 만한 것들에 대해 궁리하고 심화시켜야 한다. 모든 걸 책에서 구하지 마라. 책에 적혀있는 지식과 지혜는 저자의 결과물일 뿐, 진정 나의 것이 아니다. 그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라는 주형틀을 통해 다시 재주조해야 한다. 나만의 것으로 변용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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