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프롤로그
2021년 10월 14일.
세미와 막시무스를 함께 키운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물도 몇 번 갈아주지 못했는데 반려이끼 & 반려수세미의 우정이 벌써 1주년을 넘었다니...
마리모는 역시 무관심을 먹고 자라나 보다(feat. 게으른 집사)
세미와 막심이 함께한 세월 동안 지난 게시물에도 꾸준히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고 있다.
까먹을만하면 반응이 있고,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어서
예정에 없었지만 이 둘의 후기를 써볼까 한다.
그리고 실제로 1년간 진짜 마리모와 가짜 마리모를 함께 키워본 결과, 그 차이를 훨씬 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마리모를 가짜로 의심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게시글이 보다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평화로운 세미와 막심의 보금자리.
그들은 여전히 책상 한 구석,
종일 커튼으로 가로막혀 있어 빛이 직접적으로 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닿지 않는 것도 아닌...
그런 안전한 듯 위험한 공간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가짜 마리모와 진짜 마리모의 집터로써 어울린달까.
첫 만남부터 그러했듯, 그들의 우정은 여전히 끈끈하다.
나뭇가지 데코와 토토로 피규어가 쓰러져갈 동안에도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이었다는 듯,
옆으로 누운 눈사람 모양으로 세월을 함께 나고 있다.
언뜻 크기만 보면 막심이 훨씬 작아서 더 어려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막심이 세미보다 2년 선배다.
마리모 어항의 위계는 다행히도 수평적 구조인 모양이다.
1년 묵은 어항 청소도 할 겸
막심과 세미를 밖으로 꺼냈다
오랜만에 휴지 시험대에 오른 두 녀석.
어항 보정을 받지 않은 탓에 한층 왜소해 보이지만 세미는 1년보다 확실히 좀 더 자랐다.
그에 비해 막심은 1년 전, 가짜 판독을 위해 몸을 조금 뜯어 냈던 때를 잊지 못한 듯,
여전히 조금 찌그러져 있다.
이제 이 둘을 근접 촬영해 보자.
막심(가짜 마리모)의 모습.
물기를 뺐음에도 물먹은 솜처럼 부분 부분이 젖어있다.
지난 판독 과정과 마찬가지로 질감을 느껴보니 이미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말랑말랑하고 쉽게 찌그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미(진짜 마리모)의 모습.
가짜 마리모에 비해 포슬포슬 털이 올라와 있다.
색깔도 인위적인 초록색이거나 물 먹은 초록이 아니라
햇볕에 약간 바랜듯한, 자연스러운 연두빛깔이 돈다.
아마 창가 가까이에서 키운 탓으로 생각된다.
더 자세히 보면 요로코롬 균일한 느낌 없이,
제멋대로 털이 자라난 것을 볼 수 있다.
진짜 마리모를 눌러보면 겉은 말랑말랑하지만 확실히 중심부가 단단한 느낌이 든다.
조금 더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1년 전의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1년 전 세미와 막심
오늘의 세미와 막심
촬영 앵글과 그 밖의 환경이 다른 탓에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으나
확실히 세미가 털이 자라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반면에 막심은 어쩐 일인지 조금 더 쭈그러들었다.
이로써 세미는 진짜 마리모라는 것이, 막심은 가짜 마리모라는 것이 확실히 판명되었다!
물론 마리모에 따라, 키우는 환경에 따라 털이 자라는 모습은 다를 것이다.
세미를 처음 받았을 때는, 1년생 마리모로 받았는데도 털이 짧았으니까.
그러니 본인의 마리모가 몇 년 동안 자라지 않는 것 같다 생각된다면
나처럼 다른 마리모를 하나 더 사서 둘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인 듯싶다.
여담으로, 나는 1년간 어항을 거의 청소하지 않았다.
단지 게으르기 때문은 아니었고,
마리모가 어항에 낀 이끼 같은 것을 먹고 자란다는 얘기를 얼핏 들어서였다(근거는 없음)
물갈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꼴로 해주었고, 그때마다 마리모 밥도 넣어주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처음 샀던 마리모 밥을 그대로 쓰고 있을 정도면...
얼마나 방치하며 키웠는지 감이 올 것이다.
마리모 밥의 성분은 칼슘, 망간, 마그네슘 등이다.
재난 상황에 저런 영양소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마리모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1년간 마리모 밥을 사용해 본 결과,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리모가 1년에 1mm씩 자란다는 얘기를 토대로 했을 때 세미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마리모 밥을 꾸준히 넣어주고 있는 이유는, 밥을 준다는 그 행위 자체 때문이다.
뭔가 귀여운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닌 마리모를 이처럼 시간을 들여 키우는 까닭은
더디지만 차근차근 자라는 마리모의 성격이 좋고 그 마리모를 키운다는, 그 행위 자체가 좋아서이니까.
그러니 마리모를 키운다면 마리모 밥을 사서 먹이는 것을 추천한다.
마리모가 빨리 자라기 때문이 아니고, 그냥 그 행위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당시 실제 포스팅과 댓글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