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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휘 Oct 16. 2024

퇴사 당하다

 

공부를 진짜 안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했다. 

대학교 공부 말이다. 

재수를 해서 기껏 대학에 가고 나는 공부를 안 했다. 

공부가 싫었다. 아니, 딱히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학점이 낮았으니, 당연 취업은 어려웠다. 

간신히 들어간 한 작은 회사였다. 


마케팅 회사 겸 스타트업이었다. 

대표님과 여직원 한분, 그리고 이사님 한분과 나

이렇게 저녁을 먹게 됐다. 


"서 사원 많이 애썼어, 맘껏 먹어"

"아 그래도 될까요?"

"이거 우리가 결제할게. 사원들 많이 먹어"


다음날 아침 시간이 끝나고

대표님은 이렇게 말해줬다. 

"서 사원과 여직원 중, 한 명을 어쩔 수 없이 

잘라야 해서. 내가 많이 고민했어"

"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 양보하는 게 맞지 않아?"

"대표님 그냥 일을 못해서 자르는 거라고 말씀해 주세요"

"아냐, 서사원 일을 못하진 않아, 사실 우리 회사가 

조금 어려워. 그래서 그래,

홈페이지도 바꿀 거야"


하지만 2개월 후에도, 3개월 후에도 회사 홈페이지는 

바뀌지 않았다. 그냥 내가 맘에 안 들어서 자른 것이다. 

나는 잘렸다. 


퇴사를 당했다. 한 여름에.

한 여름에 그렇게 퇴사를 당했다. 

'죽고 싶다.' 

못하던 술을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도 마시고,

환승한 후, 분당 어느 역 근처에서도 마셨다. 


죽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 위해, 술이라도 먹으면

생각이라도 조금 멈출까 봐. 

집 근처에서 울었다. 바보같이 울었다. 

가위로 손목을 그을까 하다가, 어느새

너무 바보 같은 나 자신이 미웠다. 

밉고 또 미운데, 죽을 용기마저 없는 

내가 더 미웠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말했다. 

'나는 죽을 용기도 없는 놈이야, 왜 살까. '


소속감이 사라졌다는 것, 그것에서 오는 암울한 외로움

엄마 아빠가 나가시고, 집이 빈집이 되면

몰래 울었다. 이불속에서 몰래 울다가 

왕따 당한 아픔이 갑자기 생각나서,


'아 진짜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내일은 죽자.'

라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런 나도 지금은 살아있다. 

결심을 10번도 넘게 했다. 

실제 시도할까 하고 망설이다,

지식인에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저는 더 살기가 싫은데, 살아야 할까요?"

"..."

"오늘은 그래도 살아주세요."


죽을까 망설이다가도, 이 말이 종종 머리에 맴돌아서

그렇게 1년을 참았지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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