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굳이 ‘손에 들고’ 타는 출근길 버스

워킹맘의 24시간 쪼개는 방법 : 2. 출근 시간

by 이지





요즘 출근길에 항상 챙기는 것이 있다. 아파트 로비 우체통에 꽂혀 있는 매일경제 신문.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만 신생아를 돌보다 보니 언젠가부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었고, 더 이상하고 슬펐던 건 그럼에도 아무 일 없이 세상은 잘 돌아가고 나도 그런대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뭐라도 알고 있고 싶다, 연결되고 싶다’라는 마음에 시작한 것 중 하나가 ‘경제신문 읽기’였다. 아기가 잠들었을 때도 소리 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모바일신문으로 구독하다가 최근 복직을 하면서 종이 신문으로 바꾸었다.


물론, 신문에 있는 모든 기사를 다 읽을 시간적 여유는 없다. 그래도 헤드라인이라도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예 신문을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매일 챙겨 보고 있다.


주로 신문을 읽는 시간은 출근길 버스, 업무 시작 전 사무실에서 20분 남짓. 출근길 버스에서는 신문을 다 펴고 읽기가 어려워서 1면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것은 신문을 가방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버스를 타는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꺼내서 그대로 가방에 넣어버리면 그대로 신문은 가방 안에서 잠들어버리고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그때서야 깨어난다. 깨어나서 주어지는 역할은 베란다에 있는 고구마와 감자들의 친구, 혹은 아기의 촉감놀잇감이다. 신문은 다음날에도 오고, 오늘은 이미 다 지나갔기에 읽힐 수 있는 기회를 ‘오늘의 신문’은 잃어버린다.


그래서 신문 읽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문을 ‘가방 속에 넣지 않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에 앉아 그대로 들고 온 신문을 펼친다. 버스에서 읽었던 1면 기사들의 후속기사가 줄줄이 펼쳐진다. 그렇게 나는 어제 있었고 오늘 있을 세상 일들과 연결된다. 점심시간에 뭐라도 할 수 있는 말이 늘어나 괜히 한 마디 던지고 뿌듯해한다. 부동산 임장을 가고 싶은 곳이 한 군데 더 생겨나고, 여태 몰랐던 금융회사의 고금리 적금이 하나 더 늘어난다. 구독료 2만 5천 원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진다.


신문을 가방 속에 넣지 말자. 신문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자투리 시간에 해내기 위해선 일단 ‘손에 들고 ‘ 있어보자. 그럼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 일을 하루 10분씩 매일 하게 되면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엄청난 것들이 쌓여가게 된다. 내 경제적 밑바탕이 되어줄 수도 있고, 지금처럼 컨텐츠의 한 요소가 될 수도 있고 무궁무진하다. 작지만 반복하는 것의 힘을 믿기에, 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출근길에도 굳이 신문을 손에 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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