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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오는 게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스스로 퇴근한 적 없는 워킹맘의 삶이란

by 이지




아기가 없을 때부터 나는 희한하게 월요일을 좋아했다. 한 주가 새롭게 시작되는, 찬란한 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랄까? 월요병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사무실에도 어느 날보다 일찍 출근해서 책상을 정리하고 환기하며 ‘이번 주도 잘해보자!’고 의지를 다잡는 월요일. 오히려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 온 에너지를 일에 쏟아붓고 난 뒤라 지치고 피곤해하곤 했다.


16개월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지금, 월요일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아기를 낳은 이후로 난 ‘스스로’ 퇴근을 해본 기억이 없다. 신생아 때는 24시간 풀 대기조였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육퇴와 동시에 절전된 것처럼 스위치가 꺼지는 삶이니 ‘능동적인 퇴근’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 아기와 함께하는 주말은 어떻겠는가. 사무실에서는 일과 일 사이 잠깐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짬이라도 있지. 엄마 닮아 아침형 인간인 아기는 새벽 5시 반이 되면 알람시계처럼 일어나 책을 들고 엄마를 흔들어 깨운다. 그리곤 중간에 1-2시간의 낮잠 타임을 제외하곤 하루종일(심지어 점심시간 마저) 풀가동 정상 근무다.


아기가 낮잠을 잔다고 나도 같이 자는 시간은 당연히 아니다. 주말로 미뤄둔 집안일들이 이곳저곳 산적해 있다. 흐린 눈 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에 소리 내지 않고 빨래를 분류해 돌리고, 건조해서 개고,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분리수거를 하고, 아기가 갖고 논 장난감 1차 정리(하지만 의미 없음 주의)와 설거지들을 한다. ’ 이제 좀 쉬자.‘ 하고 소파에 잠깐 앉으면 놀랍게도 아기가 깨어난다.


그렇게 새벽 5시 반부터 육퇴 시간인 저녁 8시 반까지 쉼 없이 아기를 보고 방전이 되면 ‘차라리 출근하는 평일이 낫지’ 싶은 맘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엄마가 책 읽어주고 노래 불러줄 때 가장 예쁘게 웃는 아기가 항상 눈 속에 있다. 더군다나 어린이집에 보낸 이후로 잔병치레가 많아졌는데, 그럴 땐 정말 회사에 가고 싶지가 않다. 아픈 아기를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엄마 맘은 아마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월요일이 오는 게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 좋은 쪽이 6, 싫은 쪽이 4인 것 같다. 회사에 출근해서 내 자리에 있을 때가 제일 여유롭고, 내 집에서 하루 종일 있을 땐 쉬지도 못하고 제일 피곤한 이 아이러니.


그래도 나를 보며 ‘엄마’하고 웃으며 달려오는 아기를 보면서, 누구보다 엄마를 좋아하는 아기를 생각하면서 다가오는 월요일을 좋지만 싫은 맘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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