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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나와의 점심 시간

워킹맘의 24시간 쪼개는 방법 : 4. 점심시간

by 이지



일주일에 한 번, 동료 선배들과의 점심 식사를 뒤로 하고 점심 약속을 따로 잡는다. 바로 ‘나와의 약속’이다. 평소 동료들과 다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주일에 꼭 하루 정도는 이른바 ‘미타임(MeTime)'을 가지고 있다.


나와의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은 오전부터 내 안의 나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분이 좋다. 일도 왠지 잘 처리되는 것만 같고. 오전 업무가 거의 마무리되는 11시 50분이 되면 지갑과 스마트폰, 읽을거리를 들고 기분 좋게 사무실을 나선다.


뭘 그렇게 가지고 가?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한국 사람들은 그러고 보면 참 남 일에 관심들이 많다. 내가 누굴 만나 뭘 먹는지 왜 궁금할까?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 근처 스타벅스로 향한다.



나의 최애 메뉴인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와 ‘오늘의 아이스커피(그날의 커피 원두가 케냐인 날은 기분 최고!)’를 시키고 최대한 책을 보기 좋은 구석 자리 혹은 창가 자리에 자릴 잡는다. 다들 점심 식사 한창일 시간이라 아직 카페 자리는 여유롭고, 조금은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와의 약속’을 즐긴다.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보지 않는다. 그 대신 가져온 책을 편다. 책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읽어도 체하지 않을 만한 쉽고 재밌는 것을 주로 챙기는데, 이러다 보니 나의 병렬독서단은 언제나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사실 점심시간에 읽는 책이래 봤자 고작 10페이지 내외다. 그래도 그렇게 혼자서 사유하고 사색하는 시간들이 의미가 있다. 특히 나 같은 워킹맘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들이 귀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시간이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없는 곳에서의 시끄러운 고요함.


시간은 야속하게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고 벌써 12시 40분이 조금 넘었다. 슬슬 정리하고 사무실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맛있는 거 먹었어요? 근처에 아는 사람이 있나 보네~ 뭐 먹었어요?


아무튼 참 관심들도 많으셔. 진짜 맛있는 점심 먹었다고 하며 사무실 내 자리에 앉는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였지만 무엇보다 달콤한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와 헤어지기 전에 다음 약속도 잡았다. 다음 주 목요일 점심, 나와의 즐거운 점심 약속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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