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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아플 때 조급해지는 엄마 마음

아픈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는 엄마 맘이란

by 이지



아기가 지난주 수요일부터 열이 나더니 일주일째 기침으로 콜록콜록, 큰 병원에 가 폐 CT를 찍어보니 폐렴 바로 전단계란다. 호흡기 치료하고 항생제 가득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기 걱정 반, 내일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할 생각 반.


출근해야 한다. 양가 부모님 모두 멀리 사셔서 도움 받을 가족도, 남편과 나 둘 중 한 사람이 당장 휴가 낼 여유도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아기가 아직 다 낫지 않았음에도 ‘이제 열은 안 나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눈 꽉 감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긴다.


아기가 생기고 복직을 하게 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들이 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일은 어쩐지 전부 ‘나’를 위한 일이다.


원만한 회사생활을 위해 급한 휴가는 자제하면서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아야 하고, 아기 등원은 남편에게 부탁하고 난 일찍 출근해서 경제 신문 읽고 모닝페이지도 써야 하고. 아기가 아파서 엄마를 더 찾고 보챌 때 ‘조금만 더 나를 포기하면 될 일이지 않을까?’하면서도 우는 아기를 뒤로 하고 일찍 출근길에 나선다.


'나'로 산 지 33년, '엄마'로 산지는 고작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것들이 정말 어렵다. 아기가 물론 나에게는 언제나 우선인 존재이지만, 내가 나로서 버텨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엄마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오롯이 혼자서 갖는 시간들과 그 안에서 독서하고 기록하고 자기계발하며 나를 채워가야만 버틸 수 있는 사람인 거다.


그래서 오늘도 모두가 등원하기 전인 아침 8시 반에 아기를 선생님께 맡기고 돌아선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으며 일에 집중하고, 점심시간이나 틈나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신문을 본다. 퇴근하고 아기를 재울 때까지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3시간여 남짓. 그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또다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엄마 속이 속이 아니어도 가본다. 아기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되뇌면서 출근길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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