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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스트레칭에 저축

뇌는 스위치 켜진 곳만 비추는 경향이 있다. 뭘 사기로 마음 먹으면 그것만 보인다. ‘건강’을 도둑 맞았을 땐 ‘몸’만 보였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지만. 진통제 삼아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했다. 제아무리 몸을 맑은 날씨로 만들어도 하루를 마감할 때면 비가 곧 쏟아질 기세다. 운동 여하를 막론하고 찌뿌둥한 몸은 매일밤 찾아오는 손님이다.     


신체기관에는 수용체라는  있다. 수용체가 여기저기 분포해서 그런지 몸은 일상 패턴을 그대로 흡수한다.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는 게 몸이다. 신체가 어느 방향, 어떤 각도에 치중했는지를 일러바친다. 몸이 고통 줄 땐 원망도 서리지만 "레디~ 액션!" 으로 수용할 일이다. 마다 와준 뻐근 덕분에 스트레칭이 야식이다. 통증 큐 사인이 없으면 애피터이저, 있으면 디저트다.

      

스트레칭의 ‘stretch’는 ‘늘이다’, ‘신축성이 있다’, ‘펴다’란 뜻이다. 옷에서는 신축성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의미한다(패션전문사전). 야구에서도 투수가 잠시 멈춰 양손을 오르내리는 등의 동작을 의미한다(체육학사전). 이렇듯 스트레칭은 잠시 멈춰 몸을 늘리고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스트레칭에는 고정 자세에서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과 움직이면서 풀어주는 동적 스트레칭이 있다. 하는 정도에 따라 명상도 되고 근력운동도 된다. 시간을 스트레칭 할 순 없으니 몸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작을 택한다. 일상에서 공격받는 곳 위주다. 상체는 어깨, 몸통은 배(코어), 하체는 햄스트링.     


스트레칭의 핵심은 바른 자세, 일정시간 유지, 천천히, 심호흡이다. 처음에는 사지를 많이 뻗기보다는 허리가 구부정하지 않도록 한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한다. 당기고 아프다며 잽싸게 돌아오면 말짱 도루묵이다. 혐오스러운 통증이 아닌 이상, 10초 이상 자세를 유지한다. 호흡도 늘리는 동작에서 내쉰다. 더 늘리고 싶을 땐 한숨을, 자세 유지땐 뱃가죽을 등가죽에 붙인다. 숨 한 방울 남김없이 폐 그릇을 비운다. 들숨으로 딸려온 걱정은 긴 날숨으로 평온과 교환된다(내 통장과도 비슷하다).      


그동안 근력과 유산소에 밀려 스트레칭이 낄 자리가 없었다. 늦게 붙은 불이 무섭다. 코로나19로 스트레칭이 대목 맞았다. 그 재미에 습관으로 눌러 붙었다. 근력과 유산소가 의식적 습관이라면 스트레칭은 무의식적 습관이다. 명상과 심호흡의 무의식적 향연이랄까. 전보다 늘어난 관절의 가동범위가 느껴질 땐 “그래, 이 맛이야.”가 절로 나온다. 팔다리의 찌릿함은 짜릿함이 된다. 꿈쩍 않던 추를 들어 올리고 십리 같던 길을 달릴 때와 다르지 않다.       


스트레칭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몸이 풀리면 교통체증을 앓던 일상도 흐름이 원활해진다. 유연성은 근력과 유산소 운동과 상부상조한다. 스트레칭만 매일해도 다른 운동을 대체할 수 있다. 걸음걸이조차 보폭이 늘었다. 늘어난 만큼 발바닥은 지면을 온전히 느낀다.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파도를 탄다. 그 전율은 햄스트링과 엉덩이까지 이어진다. 걷기가 유산소운동 만은 아닌 게다. 걸음 스트레칭으로 자연경관을 낚아채는 시야도 넓어졌다.     


나이 들수록 짧아지고 빠져나가고 뻣뻣해진다. 근육, 뼈, 관절이 너나 할 것 없이. 몸이란 건 만년 현역, 건강만 퇴직한다. 늙어도 자랄 수 있는 건 움직임 분야다. 특히나 스트레칭은 호흡과 운명을 함께한다. 숨이 붙어있는 한, 길게 내쉬는 숨에 한 뼘 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만 같다. ‘더’가 주는 행복은 삶의 덤이다. '돈'과 '남' 앞에 붙던 ‘더’ 비교급은 '몸'과 '나'로 스트레칭 된다. 이른바 소확근(육)으로 소확행(복)을 누리는 삶!


20-30대에는 생긴 것과 달리 어째 그리 몸이 뻣뻣하냐는 소릴 들었다. 50대를 바라보며 관절이 보톡스 맞았다. 주름과 곱슬머리를 펴기보다, 속눈썹 연장술 보다 중요한 게 전신 연장술이다. '할수록 는다', '쓸수록 는다'고들 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는다'를 믿는다(위장은 특히 그렇다). 김윤나 작가는 자신의 품만큼 채우는 게 말그릇이라 했다. 늘어난 만큼 품을 수 있는 게 몸그릇이다.


운동도 유연해야 부상도 줄이고 체력도 아낀다. 근육 자극은 높이고 근육통은 낮춘다. 하다못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근육통까지 진압에 나선다. 운동 전후로 스트레칭을 하는 이유다. 팔다리고 성격이고 간에 뻣뻣하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애교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인조인간이었다. 일명 뻣뻣로봇. 스트레칭으로 몸이 부드러워지니 긴장감도 낮아졌다(나이들어서인가?). 스트레칭은 그 자체만으로 마음가‘gym'이다.

     

‘스트레’칭과 ‘스트레’스는 배 다른 형제다. 스트레칭을 할수록 스트레스는 준다. 스트레칭을 말하다보니 문장도 늘어진다. 나만 신나서 펼친 건 아닌지. 읽는 이들의 인내심도 쫙쫙 펴지길.       

                      




"머리 어깨 허리 발 무릎 발~" 노래 흥얼대며 매일 틈틈이 내 몸에 안부를 묻는다.


5:30 아침 기상

- (침대) 한 다리 뻗고 무릎 접어 가슴 닿기 -> 목 도리도리 -> 침대 걸터앉아 상체 숙이기 -> 일어서며 무릎 서서히 펴기 -> 팔 깍지 껴 만세 머리 뒤로 제치기

- (물 한컵) 경추 고개가 아닌 가슴을 천장 향해 등(흉추)을 뒤로 제치며 완샷.


6:30  출근 준비

- (세척) 세수는 햄스트링, 척추 펴기 -> 양치질은 무릎 펴고 발뒤꿈치 오르내림

- (화장실) 거북목 위해 손은 이마와 옆통수 밀고 머리는 반대로 버티기

- (착용) 스타킹, 레깅스, 양말, 바지 모조리 한 발로 서서 척추 펴고. 


8:30  출근길

- (걸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이 무너지지 않는 한 30분 걷기

- 보폭 넓게, 일자로, 발뒤꿈치~발가락, 앞으로 길게 뻗고 뒤로 차올리기   


9:00~  자투리 

- 목, 어깨, 팔, 손목, 허리, 다리, 무릎, 발목 순 관절운동  

- (목) 옆/대각선/회전 -> (어깨) 한 팔 위 한 팔 아래 등 뒤에서 깍지 -> (팔) 한 팔 뻗고 한 팔 접어 고개 반대 삼두근 늘리기, 허리까지 비틀기 -> (손목) 반대손 이용해 손목 꺾기 -> (허리) 흉추, 요추 돌리기 -> (다리) 상체 숙여 햄스트링 늘리기 -> (무릎) 무릎 잡아 돌리기 -> (발목) 다리 뻗고 앉아 발목 앞뒤/회전   


11:00 취침

- (비둘기) 종아리 하나는 가로로 일자, 다른쪽 다리는 세로로 일자 유지해 접힌 고관절과 뻗은 사타구니(장요근)를 자극한다. 가슴을 바닥에 붙이거나 깍지 껴 만세.  

- (다운독) 손바닥 발바닥 매트에 붙이고 뾰족산처럼 엉덩이 하늘로 치켜 세워 어깨 최대한 누르고 햄스트링은 최대한 늘린다.

- (고양이) 테이블 자세에서 꼬리뼈부터 목까지 말아 등 동그랗게, 반대로 꼬리뼈부터 다시 펴 소자세와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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