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같던 원주 직장을 떠나며

인사발령이 있던 한 주를 돌아보며

by 푸시퀸 이지

난 뭘 작정하고 달려든 게 아닌 소가 뒷걸음질 치다 얻어 걸리는 게 참 많다. 사람이 워낙 허술하고 어리바리 해서. 지난 한 주는 몇 년 만에 겪는 정신머리 없던 한 주였다. 해마다 내던 휴가기간이지만 한 숨도 낼 수가 없었던... 브런치의 케케묵은 먼지를 잠시 걷어본다.


지난 한 주는 휴가철이 맞나 싶을 정도로 퇴근하면 병든 닭이 되기 일쑤였다.


왜?


인사발령이 났다. 8월부로 강원도 본원에서 경기도 지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같은 팀원 중 함께 인사발령이 난 직원과 일하면서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역사상 가장 바빴다, 발령 났다고 업무도 작정했나"


백퍼 공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신 밥 먹여 보내야 한다며 듣보잡 원주 맛집을 데려가 주신 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느라 애썼다는 분들, 각종 선물 꾸러미들 들고 찾아와 준 직원들,


화장실에서 만날 때마다 D-3, D-2, D-1을 세면서 D-Day에는 창고에서 불편한 몸(장애)으로 선물을 가져와 내 품에 안겨 주었던 청소 아주머니,


그 어디에서도 삶을 응원 한다던, 원주까지 찾아와 선물을 주던, 가족은 고사하고 동네 잔치를 벌여도 될 만큼의 과일 상자를 집으로 보낸 기자님들...


한 주간 많이도 건네준 염려와 서운함, 삶의 이야기들... 잘 된 건지 못 된 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등등의 인사말들...


평소에 얼마나 연락을 제대로 안 했으면, 사근하근하게 안부를 전하지 못했으면 이리 분에 넘치도록 받나 싶다. 크게 돕지도 못하고 산 것 같은데 한 지붕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나 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잠시나마 살았다는 거, 앞으로도 마음에 남아 있다면 이 역시 한 지붕 밑에서 사는 것.


오리지널로 한 지붕이 된 가족들에게는 내가 짐이 될지 득이 될지... 세상 만물에는 좋고 나쁨이 다 존재한다. 결국 좋고 나쁨이란 건 없다는 뜻일 터.


원주에 뿌리 박힌 '점'이 이리 많은 줄 원주에 있을 땐 몰랐다. 여행을 가야 내가 보이듯이 자리를 떠나봐야 내가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건 '직책'이 아닌 떠난 '자리'를 의미하는 수도.



* 원주에 내가 머물던 자리, 사택과 퇴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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