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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y 28. 2024

[감동 한 방울] 구두 한 켤레

일요일은 금덩어리보다 비싼 날이다. 질녀와 아들, 모처럼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필라테스의 우리 수업 바로 전 타임은 무용수가 꿈인 걸로 보이는 남학생이다. 얼핏 보면 늦둥이인 것도 같은 아버지가 늘 밖에서 기다리신다.


전 타임 수업이 끝나면 아버지는 아이에 대해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 대표님께 다가간다. 필라테스센터 답게 신발을 벗을 수밖에 다. 그저께도 아버지는 대표님 앞에서 당나귀 만한 귀로 자녀 상태를 듣고 있었다.


아버지 옆을 지나쳤을 때마다 겉옷만 눈에 들어왔었다. 파마 머리에 뽀얀 얼굴, 세련된 아들과는 달리 아버지는 깡 마른 체형에 팽팽 돌아가는 안경, 얇디얇은 잠바를 걸친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엔 아버지가 벗어 놓은 신발에 눈이 갔다. 발뒤꿈치와 깔창 부분이 너덜너덜 했다. 멋진 무용수로, 원하는 학교에 보내기 위한 신발 같았다. 해진 신발이 부성애로 꿰맨 듯했다. 신발에서 삶이 보였다.


때마침 우리 셋도 6개월 등록비를 결제하는 날이었다. 대표님이 대학 교수이기도 한 박사급이라 수업의 질이 차별화 된 만큼 필라테스 단가가 높긴 하다. 질녀와 아들 몸이 최우선이라 다니게 되었다.


아이들 몸만 바로 잡는다면, 아이들만 행복해 한다면 고무신을 신고라도, 밥을 굶어서라도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 돈이든 시간이든. 닳고 닳은 신발의 주인공, 아버지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신발을 보니 아이들이 보인다.

신발을 보니 내 모습도 보인다.

반짝이 달린 내 신발도 보였다.

어젠 대학교 1학년생 강연으로

모처럼 보석 박힌 1만5천원 신발을 걸쳤다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면

신발이 닳고 닳을 때까지 찾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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