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청군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청군, 달이 떠도 청군, 00이 최고야" 노래처럼 편의점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 회사에서 일이 숨가쁘게 돌아갈 때, 점심에 운동을 해야 할 때 편의점을 갔다. 투우 소가 숨고르듯 이마트24는 내게 주방이자 케렌시아였다.
밖에서 샌 바가지 안에서도 샌다. 지역만 다를 뿐 거기나 여기나다. 편의점에 앉아 있으면 호텔 로비 못지 않게 나름 편하다. 옹기종기 모인 음식들은 의외로 다 맛있다. 귓가에 스치는 삶의 소리는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다.
1. 건전지
70대 남성이 건전지를 찾는다. 알바 여성에게 건전지 차이점을 요구 한다. 내가 쓰는 건전지는 무엇이며 난 뭘 사야 하는지. 알바 여성은 AAA와 AA를 들며 써 있는대로 줄줄 읽는다. 남성은 집요하게 묻는다. 알바생은 조선족 사투리로 짜증을 담아 반복재생 한다. 남성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물건은 제대로 파악 하고 일하라며 버럭 한다. 여성은 결국 이 한마디로 사건을 종결한다. 알바 여성이 살아온 인생에서 비롯된 AAA 대처법.
"제가 건전지 전문가인가요? 사기 싫으면 나가세요"
70대 남성 집에서 쓰는 건전지를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말에도 한계가 있는 건 안타깝지만 고객 버럭에 맞대응 한 건 조금 아쉬운 결말.
2. 김밥
땀 뻘뻘 흘리며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급히 들어왔다. "00김밥 없나요? 다 나갔나봐요" 80대로 보이는 남성 사장님은 "거기에 없으면 없는 건데 이따 물건 들어와요" 한다. 급한 모습으로 여성은 "아니에요. 아, 알겠습니다~" 하며 쿨하게 헛걸음질 친다. 사장님이 "아이구 죄송해요" 하니 고객의 이 한 마디로 사건 종결.
"죄송한 건 아니지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꾀꼬리 같은 음성에 음역대도 '솔'톤이다. 배가 고프면 이성도 휘청할 텐데 이성과 감성 모두를 겸비했다.
오고 가는 말이 내게도 전염 된다.
고객이 왕도 아니고 사장이 왕도 아닌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 갑이고 왕이다.
내가 뱉는 말은 어떻게 전염되고 있나.
역시 편의를 제공하는 '편안한 편의점'
내 몸은 아직 '불편한 편의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