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면 그 안에 든 마음도 움직인다. 내 안에 든 불안, 조급, 분노, 우울은 물론, 더 먹고 싶고 더 자고 싶은 ‘더더증’,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그대로 멈춰라증’까지 꿈쩍 않던 욕구들도 움직인다. 몸의 흔들림이 없다면 가라앉아 침전되거나 딱지 앉을 마음. 마음과 몸은 선물을 에두른 포장지 같다. 이렇게 내 안엔 ‘부정’이 ‘긍정’을 추월할 때가 많다. 그럴 땐 ‘내면 그라운드’에서 파이널 베틀을 지켜보곤 한다. 인내심이 절벽에서 간당간당 버티다가 ‘부정’이 최종 우승자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보다 더한 마음방역이 필요하다.
난 체력과 근력, 근지구력을 잡는 게 운동 목표이자 삶의 방향이다. 근지구력으로 무장한 몸이 될 때 신력(信力)이 따라온다. 신력은 어디에도 잘 듣는 신통방통한 약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상황의 믿음, 가능성의 믿음, 믿음대로 된다는 믿음이 약효로 나타난다, 신력(信力)이 실력(實力)이란 믿음까지 끌어들인다. 자가 투여한 ‘신력’으로 플라시보(placebo) 효과를 보는 셈이다.
무엇이 어찌됐건 코로나19로 꼭꼭 닫힌 문은 여전히 걸어 잠겼다. 슬슬 내 마음도 제한구역 띠를 두를 판이다. ‘부정’ 구정물이 고일 기세다. 이참에 나 자신을 입체적으로 둘러보았다. 요 며칠 눈앞에 닥친 일, 시각에만 의존해 단면만 보았다. ‘부조’ 작품 같은 나의 삶을 ‘환조’ 작품으로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예술가적 견지에서 지나온 길과 걸어갈 길을 내다봤다. ‘집콕’ 창문 너머로.
※ 부조: [미술] 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
환조: [미술] 한 덩어리의 재료에서 물체의 모양 전부를 조각해 내는 일. 또는 그런 작품.
회사에서 제공하는 질병통계를 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금년도는 작년과 한 달만 비교해봤는데 부쩍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 국민관심질병통계).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1위다. 사망원인도 보면, 자살이 10년째 5위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를 기록했다(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통계(’19.9.24), 인구 10만 명당).
지난 4일 EBS 저녁뉴스에서는 유니세프 아동연구조사기관에서 분석한 아동·청소년의 삶 보고서를 다뤘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학업과 사회적 기술을 종합 평가했는데 아동의 '삶의 질' 순위가 38개국 중 우리나라는 21위였다. 오는 10일은 ‘자살 예방의 날’이다. 사회적 거리로 우울증과는 더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안타까움에 또 우울하다. 그래서 아이와 오는 토요일(12일)에 생명 지키기 목적으로 열리는 ‘사람사랑 생명사랑 밤길걷기 Live WALK’에 참여한다. 방송인 홍진영, 김신영도 함께 한다(꽤나 친한 척). 대한민국 청소년 자살률인 5.8km에 도전한다. 팀명은 ‘좌우지간 모자지간’.
어느새 코로나보다 속 터져 죽겠다는 ‘곡(曲)’이 유행가가 되었다. 화병도 우울증의 하나다. 코로나바이러스든 일상이든 두 마리 토끼 다 잡혔음 한다. 아이와 두 발에 그 의미 실어 이 땅에 발 딛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우울증 환자다. 우울의 종류와 강도, 빈도만 차이 날 뿐. 냉장고 안 채소들도 바깥출입 못하고 장시간 ‘냉콕’하면 시들시들해진다. 사람도, 식재료도 움직여야 싱싱하다. 내 마음도, 누군가도 우울 태풍에 반사 신경을 발휘할 때다.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의 저자 웬디 스즈키는 뉴욕대학교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다. 그녀는 인텐사티라는 유산소운동으로 자신의 삶도 바뀌고 학생들도 가르치며 두뇌실험을 했다. “규칙적인 운동이 제공했던 것들 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이었다”고, “이 감각적이고 극도로 감정적이며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경험은 기대나 선입견 없이 삶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었다”고. 뇌과학자인 그녀가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