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장해

by 푸시퀸 이지

식사를 함께 한 실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많이 먹은 건 다 어디로 가느냐”고.

성질머리를 소화제로 착각 하실까봐, 나름 움직이는 만큼 먹는 사람이라 답했다.

전 부서 직원들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다.

이것저것 시켰는데 유독 파스타가 맛있단다. 난 입도 못 댔다. 고맙다. 풀떼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선 미안해 안 해도.

임원 보좌, 돌발 업무, 대외 행사로 급히 출근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나의 아침 행사를 양보하는 일은 없다.

사과, 토마토, 양배추를 급히 썰다 손가락 살점이 나가떨어졌는데 어느새 피도 멎고 살도 차올라있다.

그러고 보니,

먹는 것에 비해 덜 쪘다. 밀가루와는 이별했다. 칼이든 운동이든 살점 여러 번 떨어져 피 철철이었는데 희한하게 혈기 왕성한 때보다 더 잘 아문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강원국 작가는 과민대장증후군으로 꽤나 진땀 뺐다던데 난 보좌든, 행사든, 고속도로든 장은 그저 얌전히 잠자코 있을 뿐이다.



김남규의 <몸이 되살아나는 장습관>에서는 장 건강이 신체와 정신 건강, 비만, 노화, 수명 등등에 미치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 건강의 척도는 장내 미생물 균총의 다양성과 유익균의 비율에 있다며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면역력은 떨어진다 했다. 평소 섬유질을 많이 먹는 사람은 장내 유익균인 프리보텔라가 주종을 이루고 여기에 운동까지 더하면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에 새로운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해 피부재생 효과가 있다 했다(장이 건강하면 피부도 좋다 中, 매일경제신문사, 20p).


미쓰오 다다시의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에는 ‘3.흰밥·빵·면과 안전하게 이별하기’와 ‘4.언제 먹는지도 중요하다’라는 투자전략이 있다. 또 ‘장과 뇌는 생각보다 훨씬 밀접하다’는 파트에서 “장과 뇌와 신호를 주고받는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 있는데 장 신경계는 5억 개 뉴런으로 구성되어 1억 개 뉴런으로 구성된 척수의 5배라 한다. 장-뇌 연결축은 둘 간의 연결만이 아닌 중추신경계, 인지 기능까지 영향 미쳐 내 기분을 좌우한다고 한다.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은 대부분 장에서 나오고 뇌에서 나오는 건 20%미만에 불과해 섬유질과 과일, 채소를 풍부하게 먹은 사람들이 정서적 불안 증세가 낮음을 시사했다(49-50p)”고 했다.




고객 만남 외에는 흰색과 만날 일이 없다. 밀가루, 설탕, 흰밥, 유제품. 음양오행에 따라 장시간 공복 깬 아침은 담담하게, 에너지 발산할 점심은 고영양식, 차분하게 몸 뉘일 저녁은 담백한 적당량을 섭취한다. 양질의 6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물)와는 매일 만난다. 끼니마다 섬유질이 으뜸이다. 한상차림이라면 과일,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다.

재료마다의 감촉과 향기에 취해 섣불리 섞거나 비벼 먹진 않는다. 굳이 첨가제 넣을 일도 없다. 소화 효소를 위해 30번 이상 오래 씹는 게 좋다는데 워낙 한입에 왕창 넣으니 30회는 족히 넘는다. 씹다보면 식재료가 내 입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이 느껴진다. ‘재료’의 순결을 지키고, 온전히 흡수될 ‘장’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명석한 두뇌는 못 되더라도 장한 ‘장’ 덕분에 지금까지 잘 지낸 게 아닌가 싶다.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유전적 요인과 섬유질 환경을 조성한 후천적 요인이 결합된 '장'.

지난 명절 연휴 때 응급실 방문 1위 질병은 ‘장염’이었다.

▲ 설 연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에만 있다보면 과식할 우려가 있어 소화기 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나 장이 예민한 사람들은 명절 음식을 가려 먹고 스트레스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2014년 146만여 명에서 2018년 163만여 명으로 12% 가량 증가했다. 특히 2018년 환자 중 약 56%(91만4000명)가 20~50대였다.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뉴시스, 2021.02.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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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중 설날과 다음날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다고 한다. 평일의 2.9배, 주말의 2.2배인데, 설 당일은 하루 종일 분주하고, 설 다음날은 오전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한다. 주로 나타난 질환은 장염, 복통, 폐렴 등인데 장염은 연평균 4.2배나 된다고 한다(쿠키뉴스 2021.2.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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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 가면 이젠 “이집 맛있게 요리하는데?” 보단 “이집 영양학적으로 요리하는데?” 한다. 사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 치고 맛집 아닌 집은 없다. 함께 먹는 사람들의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맛, 색, 향, 식감, 조리과정 등 피곤할 정도로 조잘대는 내 입엔 맛없는 게 없다.

악마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보름달만큼 차려질 추석 연휴 밥상,

징하게 먹지 말고 장하게 먹자.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 22년에 기억 남을 "21년 추석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원주 구석진 곳에 근사하게 자리잡은 <베노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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