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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Oct 24. 2021

정신줄 놓아야

정신을 잠시 쉬어 주는 일, 하던 일 멈추는 일은 일상에서 선택 아닌 필수사항이다. 가던 길 멈추고 콧바람 맞는 일은 다들 시간이 남아돌아 하는 일은 아닐 게다. 그 통로야말로 삶의 환기구이자 배수구이니. '움직임'은 나의 똥고집 고삐도 잡아 멈춰 세운다.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시간, 설사 그 시간이 딴짓, 뻘짓으로 보여도 내겐 날갯짓이자 존재 이유다. 딴데 흑심 품지 않고 일에 날개 달아주는 몸부림.


두 가지를 하나씩 생각할 수는 있지만 두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정신 치료를 담당한 군의관들은 이 사실로 기적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정신없이 활동하면서 동시에 걱정으로 축 늘어져 있긴 불가능하다면서 낚시나 사냥, 구기시합, 골프 등 야외 활동을 처방했다(96p).


그러면서 일과 이후의 시간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라고도 했다. 이제 여가를 즐겨도 될 만한 시간, 가장 행복해야 할 바로 그 시간에 걱정이라는 악마가 우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상사가 한 말에 어떤 의도가 담긴 건지, 대머리가 되어 가는 건 아닌지 등(97p).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정신 줄 놓는 시간이다. 삶의 내려놓기 연습장이다. 집착과 자존심도 떠밀려 나간다. 폴댄스는 팔 하나, 다리 하나가 생명줄인 동작이 많다. 의지하던 팔이나 다리 하나에 힘이 풀리면 몸이 통째로 떨어진다. 내 삶의 생명줄은 무얼까. 사는 이유, 삶의 가치인 생명줄. 엉뚱한 데 정신 팔려 끌려 다니느니 내 몸에 정신줄 놓고 생명줄 이으련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다. 의식적으로 정신줄 놓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호랑이 같은 상황에서도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될 것 같다.


기계치이자 기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

사무실 전화, 개인 휴대폰, 업무 휴대폰에 눈, 귀, 입, 손이 정신 없었으니 이제 정신줄 놓을 시간. 등짝에 날개 붙여 내보낸 정신, 빡빡한 한 주에 제정신 돌아올지어니.


다리 하나에 의지한 예시, 앵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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