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능소화 편지

- 그리움은 키를 키우고 -

by 이주형

능소화 편지

- 그리움은 키를 키우고 -


유월 비가 새벽까지 내렸습니다

구름을 잡고 있는 산 모습이

오래 눈에 머뭅니다


눈 따라 마음이

간다고 하였습니다

혼자인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 함께 했던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함께라는 말에 눈이

뜨거워지려는 순간 신호등이

그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그럴 수

없음을 압니다

눈을 달래어 도착한 곳에서

그리움으로 키를 키우는

능소화를 봅니다


능소화를 스케치하던

여학생이 친구에게

능소화 편지를 읽어 줍니다


"너는 누가 그리워서

그렇게 키를 키우니?"


답 대신 산호색이 된 얼굴을

떨어뜨리는 여학생 옆으로

능소화 한 송이가

하늘의 그리움을 땅에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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