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주름

당신이라는 선물

by 이주형

꽃주름

- 당신이라는 선물 -

이제 반(半)만 남았습니다

아니 반(半)을 비워두었습니다


半은 아픔이지만

半은 날카로움이지만

半은 비어있음이지만

그 半에서

전부를 잃은 아이가 잠시 머물다 갑니다

그 半에서

이른 봄 할 일을 다 한 바람이

잠시 숨을 고르고 갑니다

그곳에서는 꽃 피는 것보단

꽃 지는 것이 더 잘 보입니다

꽃주름이 개화와 낙화의 벽을 허물 듯

당신이 주신 半은 내 벽을 허물었습니다

비어있음으로 가득 찬 半,

그 半은 바로

지난가을 당신이 내게 주신 선물입니다

바로 봄꽃 같은 당신입니다

비 내리는 어느 봄날

그루터기 같은 그 半에서

벚꽃 지는 걸 봅니다

눈 마주친 꽃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합니다

분명 비 때문에 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 짐이 아니라 채움이라고

꽃주름마다

자리를 양보하는

당신을 닮은 새 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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