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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Jul 29. 2020

작품 해설이 필요 없는 소설


연인, The Lover, L'amant, 마르그리트 뒤라스 (1984)


얼른 읽고 나가려고 했다. 책이 얇으니까, 고전 하나 더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고 결국 책을 샀다. 처음 보는 작가, 처음 보는 제목. 책 띠지에는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했다는데 그 영화도 처음 보는 영화였다. 그냥 손이 닿는 대로 읽었다.  


고전은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또 한번 증명하는 책이었다.  


사이공의 강둑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이유가 없는 거다. 사랑은. 시대적 배경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소설 속의 배경이 아니어도 된다. 오늘이어도 이 사랑은 절절하고 10년 뒤에 읽어도 절절하게 읽힐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봤다. 베트남을 가봤어서 그런가 작가가 노래하는 그 배경들이, 그 강가가 그 집들이 눈 앞에서 그려졌다. 그래서 마지막에 중국인 남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영화가 끝나고 머릿속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마음에 착, 와닿는 책을 읽고 나면 작품 설명이 읽기 싫다. 괜히 그렇다. 내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고 싶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이 소설을 썼는지, 작품 그 자체로 완벽했을 때는 굳이 그 배경이 알고 싶지 않다. 객관적인 설명보다는 내 주관적인 해석에 머무르고 싶다.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걸까. 이런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서로를 떠난 뒤에도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그 사랑을 가지고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묻고 싶다. 지금을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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